매일신문

"공직자 윤리는 국가경쟁력 척도"…이상배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이상배(71)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공무원 신분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공직인 서울시장을 지낸 지 18년 만이다. 경북 상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인생의 전부를 모두 공직에 쏟아부었다.

그렇기에 최근 공무원으로 컴백한 이 위원장의 포부는 남다르다.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지는 새로운 기회를 맡게 됐다"는 그의 취임 일성은 "엄정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공직윤리를 함양하는 데 앞장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깨끗하고 투명한 공직사회 건설"이었다.

이 위원장은 당분간 비리 공무원들의 저승사자 역에 치중해야 한다. 위원회의 주요 기능이 재산 등록·공개와 퇴직 공직자 취업 여부 심사이다. 설립 목적도 공직자의 부정 방지에 있어, 비위 혐의 공직자는 이 위원장의 '심판의 대상'이다. 그는 "공직자의 윤리 수준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척도"라며 "공직자가 법과 원칙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할 때 신뢰받는 정부, 선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대 의정생활을 함께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이제부터 공무원들이 단단히 긴장하겠네요"라고 했다고 한다. 공직생활에 대한 강직함을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이 위원장은 후배 공무원들을 감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후배들의 처진 어깨를 보면 보듬어 주고 싶고 부족한 부분은 가르치고 싶기도 하단다. "최근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사기가 저하되고 신명나게 일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이것이 천직이려니…' 하면서 철저한 사명감으로 무장해야 할 텐데…."

후배 공직자들에겐 역사와 지리학을 강조한다. "공직자는 국가 역사와 지리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역사의 교훈은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지리를 모르고서는 현장 행정을 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행정을 중요시한 이 위원장은 경북도지사 재임 시절 극심한 가뭄이 들자 "비가 내릴 때까지 퇴근하지 않겠다"며 보름가량 집무실에 머문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다.

지역의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모두 이 위원장의 후배 공무원이다. 이 위원장이 총무처 장관과 국회의원 시절 호흡을 함께했기 때문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 "모두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며 "다만 지역이 자립성이 약한 만큼 좀 더 역동적이고 활동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체면을 너무 강조하는 지역 정서 때문에 적극성과 진취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박근혜·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의 출현으로 지역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너무 큰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지역의 소소한 일을 챙기는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다"며 정치권의 섬세한 지역 활동을 주문했다.

최근 이 위원장은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감)이란 말을 즐겨 쓴다. 1961년부터 앞만 보고 달려오다 18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2년을 쉬면서 삶을 회상했다.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아직도 많은 일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수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단다. 특히 혼자 있을 때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다른 공직자에게 모범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회의원 안 되니까 갑자기 늙어보인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알게 모르게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술 실력도 '소주 폭탄주' 15잔도 거뜬하다.

이 위원장의 고향은 상주시 은척면으로 은척초교, 상주중,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1961년 13회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뒤 울진군수, 안동시장, 23대 경북도지사, 13대 총무처 장관, 25대 서울시장을 지냈으며 1996년 고향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돼 17대까지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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