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비산동과 평리동의 경계인 비산6동에 작은 교회가 있다. 평산교회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땀으로 시작해 세워진 골목 안 교회다. 교회가 위치한 동네 '날뫼골'은 몇년 전만 해도 소방도로조차 없었다. 서구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지역 교계는 평산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이흥식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20년 전부터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목회 활동'을 통해 서구의 대표적인 교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산교회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문화 목회에 열정을 쏟는 교회이기도 하다.
평산교회는 올 들어 다시 지역 교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역을 넘어 글로벌 시대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구 수성구나 서울의 큰 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 정착한 '영어예배'를 서구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것이다. 평산교회의 미래 목회인 '다음 세대를 준비한 교회'가 바로 영어예배다. 영어예배는 이미 적잖은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예배를 할 조건이 열악한 평산교회에서 영어예배에 도전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큰 것이다. 이 담임목사는 "어린이들에게 당장은 힘들고 열매가 더디 열리더라도 영어라는 언어 장벽을 넘어 글로벌 시대에 세계를 향한 눈을 뜨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의 영어예배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서 7시 30분까지 열리고 있고, 강명희 목사가 맡고 있다.
강 목사는 계명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강 목사는 사실 영어 실력이 수성구 등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서구의 골목 안 교회에선 영어예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강 목사는 일단 지난해 영어예배가 성공한 서울 소망교회와 온누리교회를 직접 찾아 벤치마킹을 했다. 서울의 경우 대구의 대형교회 수준이었고, 어린이부는 물론 청년부, 장년부까지 두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 영어예배부에 들어가려면 영어 인터뷰가 기본 코스였고,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어야 부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영어예배를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교회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이 담임목사의 굳은 신념은 강 목사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지난해 벤치마킹한 경험을 살려 올해부터 영어예배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초기 평산교회의 영어예배 강사라곤 재미교포 2세 1명뿐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다소 영어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한 계단 한 계단을 딛고 서면 결국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교회 가족들의 생각이었다. 지난 1월 전체 기도회에서 영어예배에 대한 계획을 알리고, 조직을 구성한 뒤 드디어 지난 7일 첫 영어예배를 시작했다.
참가한 12명의 어린이들은 비록 서툴지만 영어예배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영어예배에 대한 교회 가족들의 관심은 의외로 커 불과 한달여 만에 영어예배부가 65명으로 늘었다. 초등학생이 절반인 30여명이고, 중'고등학생은 물론 성인들도 영어예배부에 관심을 가졌다. 교회 가족들의 열정은 미국에까지 퍼졌다. 미국의 '웜 비치 캠프'(Warm Beach Camp) 선교팀이 7월 말 평산교회에서 영어캠프를 개최하겠다고 제안을 해온 것이다.
교회의 영어 열풍은 교회 안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교회는 미국 선교팀의 '혜택'을 교회 밖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회는 여름 캠프를 위한 영어 교실을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이 담임목사는 "영어예배는 영어 학습의 수단이 아닌, 선교와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자 교회와 지역을 하나 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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