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 스타가 된 영국의 오페라 가수 폴 포츠(Paul Potts·40)가 대구를 찾았다. 그는 한국에서 아이티 지진 피해 어린이 돕기 걷기 모금 행사에 참가했다가 28일 대구 동구 검사동 한국SOS어린이마을을 방문, 아이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폴 포츠는 엉성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에, 말 주변도 없고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 서자 폴 포츠는 이내 생기를 되찾았다. 그는 걷기 모금 행사로 360km를 걸어 무릎이 좋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시종일관 웃음띤 얼굴로 활기차게 어울렸다.
한국 방문이 네 번째이지만 복지시설은 처음 찾는다는 폴 포츠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며 80여명의 어린이들과 함께했다.
공연 시간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어린이들이 주관객인 자리였지만 허투루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5분가량 홀로 목을 가다듬고서 '작은 무대'에 섰다. 영국의 장기경연대회인'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불러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공주는 잠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나왔고 단추도 풀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의 모습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별것 아닌 것 같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자세에 큰 박수를 보냈다.
노래를 끝낸 뒤 폴 포츠는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늘 갖고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며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전했다.
이곳 어린이들도 난타 공연으로 폴 포츠의 공연에 화답했다. 폴 포츠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며 놀라워했다.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난타 공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곳 아이들에게 폴 포츠는 낯설지 않다. 동영상으로 미리 봐온 것도 있었지만 그의 삶을 잘 아는 터였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으며 자랐지만 신념을 잃지 않고 오페라를 배워 세계적으로 알려진 점을 앞다퉈 말했다.
김은아(가명·16)양은 "전문적인 연예인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흥분해가며 환영했겠느냐"며 "역경을 딛고 세계적인 스타기 됐기에 존경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폴 포츠는 이날 SOS어린이마을을 위해 홍보대사로 활동해줄 수 있겠냐는 즉석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곳 이병훈 신부는 "세계 131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SOS어린이마을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며 "어린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 폴 포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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