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주식으로 삼는 곡물이다. 요즘 이 쌀 때문에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쌀 대신 가공식품과 육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쌀 소비량이 급감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10%씩 쇠고기 등 육류 소비가 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한 가마니(80㎏)에도 못 미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2009년 74㎏인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2018년경 63㎏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주는 터에 생산량은 되레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적정 쌀 재고량은 72만t이다. 하지만 2010년 재고량은 110만t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매년 15만~16만t의 잉여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양곡 업계에선 잉여 물량을 40만~50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쌀 수급 불균형을 맞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잉여 물량 40만t을 재배 면적으로 환산하면 8만㏊에 이른다. 쌀 소비량을 40만t 늘리든가 벼 재배 면적 8만㏊를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월 말부터 오는 6월까지 쌀 소비 촉진 국민 제안을 공모하고 있다. 경상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는 한편 학교급식 확대 등 갖은 묘수를 동원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와 통계청은 최근 '의미심장한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10a(300평)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 데 투입된 수작업(기계작업 제외) 노동 시간이 16.29시간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a당 벼 생산량은 534㎏이었다. 따라서 벼 1㎏ 생산에 고작 0.03시간(1.8분)만 일하면 됐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대행하는 회사가 있어 전화 몇 통만 걸면 벼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건달 농사'라고 강조했다.
노동 시간이 적다 보니 영세 고령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바꾸지 않아 쌀 생산량 조절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근본 대책 대신 쌀 농사에 대한 지원을 줄이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어쩌다 '천하의 근본'이었던 농업이 '건달 농사'가 되었는지 안타깝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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