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효심이 깊은 내 아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다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제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에 타고 있다 실종된 김선명(22) 상병의 아버지 김호엽(50·경북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씨는 바다 속으로 침몰한 군함에 갇혀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며 울먹였다. "아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고 있어요. 전문가들이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만큼 정부와 군, 민간 모두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실종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다음날인 27일 새벽 백령도로 달려간 김씨는 28일엔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군에서 제공한 배를 타고 천안함 침몰 지점 근처까지 접근해 수색 과정을 밤새도록 지켜봤다. 김씨는 "실종자 가족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데 수색 작업은 왜 이리 더디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김씨는 2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을 생각하며 밤새도록 수색 과정을 지켜본 후 지금은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로 돌아가는 배 위에 있다"며 "아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서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구조활동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상병의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과 친척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라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할머니 노모(71)씨는 애지중지하던 손자의 실종 소식을 듣고 충격으로 쓰러져 현재 대구의 친척집에서 치료를 받으며 손자가 살아 돌아오기를 애타게 빌고 있다. 김 상병의 여동생(19)과 남동생(16), 작은아버지 대엽(43)씨 부부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평택의 해군 제2함대 사령부로 가 다른 가족들과 구조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 김씨는 "7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나 선명이는 엄마의 정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자랐다"며 "그렇지만 누구보다 꿋꿋하게 잘 자라왔고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작은아버지 대엽씨는 "우리 가족의 간절한 염원대로 선명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국민들도 선명이를 비롯한 실종자들이 살아서 돌아오길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2남 1녀의 장남인 김 상병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2월 자원 입대했다. 지난 설 명절에 휴가를 나와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냈으며, 휴가기간 동안 틈나는 대로 아버지 일(건축)을 돕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상병 집 바로 길 건너에서 식당을 하는 신순희(51·여)씨는 "선명이는 요즘 아이답지 않게 착하고, 효심이 남다른 아들이었다"며 "지난 설에 휴가를 나왔을 때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아버지와 함께 일을 나가는 등 집안 일을 도왔다"고 얘기했다. 신씨는 "이웃에서 함께 산 정 때문인지 사고 소식 후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선명이를 비롯한 실종자들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성주·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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