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학 중 평소 화석 채집에 관심 있는 학생들 몇 명과 경남 진주 근처로 화석을 찾으러 다니다 중생대 전기 백악기(1억2천만년 전) 지층에서 새로운 곤충화석 산지를 발견했다. 그 지역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몇 차례에 걸친 정밀 조사 끝에 중생대 잠자리 화석 표본 10여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잠자리는 2000년대 초 경남 사천의 강가에서 잠자리 화석 표본 2개를 발견하여 기타큐슈자연사박물관학회지(2005)에 발표했던 'Hemeroscopus baissicus'라는 학명의 잠자리로 중생대 때 러시아부터 중국, 한국에 걸친 동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했던 종으로 판단된다. 3월 개학 이후 수업 시간 중 잠자리날개 화석을 살펴보던 많은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현생 잠자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잠자리 화석의 진화에 관해 수업했다.
고생대 후기의 잠자리 화석을 살펴보면 개체의 크기가 무척이나 크다. 날개 한쪽의 길이만 30여㎝에 달하고 전체 길이가 60~70㎝에 이르는 것도 있다. 현생 잠자리의 크기는 10여㎝를 넘어서는 것이 없다. 이처럼 크기가 컸던 잠자리가 왜 작아졌을까?
46억년 전에 지구 탄생 이후(원시 지구의 형성 당시 지구의 크기는 현재의 10분의 1 크기로 추산) 38억년 전에야 드디어 최초의 생물(청록조류)이 등장했다. 이로부터 30여억년이 흐른 5억6천만년 전이 되어서야 최초의 껍질을 가진 생물인 삼엽충이 등장한다. 삼엽충의 등장은 현재와 비교하면 소총으로 전쟁하던 시기에 핵무기를 들고 나타난 것처럼 그 당시 다른 생물체에 비해 최강의 무기를 지닌 것과 같았다. 삼엽충은 이내 전 지구 생물체의 70%를 장악하고 지구의 주인으로서 살아간다. 우리는 삼엽충의 등장을 기준으로 지질시대를 캄브리아기와 선캄브리아기로 구분한다. 하지만 지구생물체의 대부분을 장악했던 삼엽충도 실루리아기에 삼엽충을 잡아먹는 바다전갈이 등장하면서 지구의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기 시작한다.
육지에서는 고생대 중기인 실루리아기 중기(4억1천만년 전)에 최초의 육상식물이 등장한 이후 곧 절지동물이 육지로 진출하여 육지에도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한다. 육지의 절지동물 중 날개를 가진 곤충의 등장은 최초의 비행 가능한 생물로 육상생물 중 강력한 지위를 확보했고 곤충 중에서도 잠자리는 목이 가늘기에 360도 가까운 회전이 가능하고 독특한 겹눈은 모든 방향을 주시할 수 있으며 강력한 턱은 곤충의 생태계에서 최정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잠자리는 그를 이길 수 있는 곤충이 드물었기에 개체의 크기가 계속 커져서 마침에 60~70㎝ 정도로 큰 종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생대 들어 이렇게 거대하던 잠자리들이 전부 다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잠자리를 잡아먹는 새의 등장이다. 새가 등장하자 작은 모기를 수백 마리 잡는 것보다는 거대한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먹는 것이 사냥에 편하기 때문에 거대한 잠자리는 자연스레 사라져 갔다. 이렇듯 지구의 생물 진화를 살펴보면 많은 동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짐을 반복하고 있다. 이 모든 생물 진화의 공통점은 지구의 역사에서 한번 사라진 생물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주인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인간들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김태완(청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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