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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카툰의 시초 연 고야

말과 글, 그림 중 메시지를 나타낼 때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단연 그림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하게 스페인 내전의 참혹상을 보여주는 까닭이기도 하다.

1746년 오늘 태어난 스페인 출신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색감의 소유자였다. 성 프란시스코 성당의 제단화를 그린 것을 계기로 실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일찍 스페인 왕실미술학회 회원이 됐고 얼마 후 왕가의 초상화를 주로 그리는 궁정화가가 됐다. 이 해는 유럽의 구체제에 반대하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때였다.

그러나 혁명의 이상에 끌려 있던 고야에게 불행이 닥쳤다. 콜레라에 걸리면서 고열로 인해 청각을 잃게 되고 다시 회복하기까지 깊은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이후 그의 화려하고 밝은 그림은 어둡고 몽환적인 세계로 몰입, 1799년 82개의 판화를 묶은 판화집 '카프리초스'를 발표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판화집의 부제(副題)처럼 이들 그림은 고발성 짙은 카툰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만년에 프랑스와 스페인 간 반도전쟁의 참상을 그린 판화집 '전쟁의 재난' 역시 스페인 전역에서 행해진 전쟁의 만행과 학살을 기록, 이성 뒤에 가려진 인간의 광기를 묘사하기도 했다.

우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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