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찾지 마세요. 은행으로 오세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유혹하는 사금융. 그러나 한번 걸린 사금융의 덫은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고금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불법 채권 추심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국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사금융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이 낮은 사람이라도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고도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은행권 대출 상품들이 적지 않다.
◆사금융에 시달리는 사람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금융애로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실적은 6천114건으로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 이는 금감원이 2001년 지원센터를 설치한 이후 가장 많은 상담 실적이다. 상담 유형을 보면 법정 한도(등록 대부업체 연 49%, 미등록 업체 연 30%)를 초과하는 고금리 피해가 1천57건(17%)을 차지했고, 불법 채권추심 피해가 972건(16%)에 이르렀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대부업체는 금감원에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금융 피해를 호소해 유명세를 탄 대구의 '김밥집 할머니' 최모(55)씨의 경우 금감원이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에 나서 사채업자를 입건하면서 살인적인 고금리의 멍에를 덜었다. 이후 최씨는 대부업체와 제2금융권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상품들을 이자가 낮은 대구은행 대출로 모두 대환했고, '희망홀씨대출'로 가게 임차보증금을 지원받았다. 덕분에 사채를 빼고도 매달 170만원씩 나가던 이자가 123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저신용자도 은행서 대출 가능
대구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한모(55)씨는 지난해 대구은행에서 '희망홀씨대출'을 소개받고 근심을 덜었다. 딸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연 25% 이자부담을 무릅쓰고 모 캐피탈과 카드론에서 급전을 빌렸던 게 화근이었다. 카드 돌려막기와 사채를 빌려가며 이자를 갚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막막했던 한씨는 '희망홀씨대출'로 1천만원을 빌려 고금리 대출을 갚았고, 이자부담도 연 14%로 크게 낮아졌다. 이자 상환만 잘해도 거래실적이 좋아지니 자연스레 채무조정이 되는 효과도 거뒀다.
한씨처럼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금융소외자를 위한 'DGB희망홀씨대출'과 '자영업자특례보증대출'의 이용 규모는 2천663계좌, 301억원에 이른다. 대출을 받은 이들의 신용도는 7, 8등급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체 상담건수 4천여건 가운데 대출을 받은 이가 절반 이상일 정도로 문턱도 낮다. 'DGB희망홀씨대출'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별도의 심사기준을 적용해 신용대출을 해준다. 1인당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을 할 수 있고 금리는 연 12~19% 수준이다.
대구은행과 대구신용보증재단이 연계한 '금융소외 자영업자특례보증'은 1인당 최고 2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고, 대출금리도 7.3%로 낮은 편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의 경우 은행 대출을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산관리공사 전환대출보증
대구에 사는 박모(45)씨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한달 평균 200만원 정도의 벌이를 한다. 점포의 시설 개선을 위해 대부업체로부터 2천만원을 빌렸다. 담보가 없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데다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에 연 49%짜리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 매월 내야 할 이자만 80만원, 연간 980만원에 이른다. 박씨는 장사가 안 되는 날이면 채무상환 부담으로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전환대출신청 이후 매월 내야 할 이자는 16만원으로 낮아졌고, 연간으로 따지면 이전보다 780만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다. 이자에 대한 걱정을 덜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AMCO가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전환대출(소액대출) 이용자가 대구경북의 경우 현재 1천380명(금액 132억원)에 이른다.
KAMCO 이재용 대구경북지사장은 "전환대출은 고금리를 쓰는 서민들에게 채무상환 금액을 감소시키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채무상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등 심리적 효과도 많다"며 "처음엔 홍보 부족으로 이용자가 별로 없었지만,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KAMCO 대구경북지사는 전환대출 활성화를 위해 지난 연말까지 구미와 포항에 운영키로 했던 서민경제지원 종합상담실을 올 연말까지 연장 운영할 예정이다.
KAMCO는 신용이 낮아 고금리 자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7천억원의 기금을 확보, 2008년 12월부터 전환대출과 소액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환대출 신용보증은 저신용층의 제2금융권·대부업체 금리 20% 이상 대출을 9.5~13.5%로 낮출 수 있도록 신용보증하는 것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KAMCO 채무자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창업 및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종합자활지원 컨설팅은 취업·창업·복지·금융지원 등을 상담해 주는 사업이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콜센터(1588-1288)나 홈페이지(www.c2af.or.kr) 상담을 통해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먼저 확인한 후, 신분증과 소득 및 재직(사업) 확인에 필요한 서류를 갖고 공사 본사 및 9개 지사의 신용회복지원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심사를 거쳐 연 9.5~13.5% 이율로 6개 은행에서 전환대출이 가능하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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