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형 SUV의 대표 모델은 스포티지다. 현대 투싼과 파워트레인(엔진, 트랜스미션 등 동력전달계통)을 공유하는 '형제차'임에도 스포티지는 유난히 사랑받는다. 1993년 세계 최초의 승용형 SUV로 탄생한 이래 각 세대마다 완전히 다른 신차로 거듭난 점도 특징이다. 기자가 30일 기아차가 올해 첫 신차로 출시하는 '스포티지R'을 미리 타봤다. 매일신문사를 출발해 북대구IC~대구포항고속도로~북영천IC~청통~팔공산 갓바위를 돌아오는 100여㎞ 구간을 주행했다. 시승한 차량은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WD 디젤 TLX 최고급형.
◆날렵하고 넓어진 스타일
스포티지R은 한눈에 보기에도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기존 스포티지에 비해 길이 90㎜, 폭은 35㎜ 커진데 비해 높이는 60㎜ 낮아졌다. 전면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은 '슈라이어 라인'으로 불리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그대로 담았다. 직선미를 강조한 측면과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날렵한 고양이과 맹수를 연상케했다. 검은색의 세련된 휠은 18인치 실리카 타이어를 입었다.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흡사한 뒷모습은 이 차를 디자인한 피터 슈라이어가 폴크스바겐 아우디의 수석디자이너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센터페시아는 오디오 조작 패널과 에어컨 공조 스위치를 상하로 분리해 계단식으로 처리했고, 부츠타입의 기어봉은 꽤 앙증맞고 조작하기 편했다. 계기판은 기존 스포티지 계기판에 최근 유행하는 실린더 형태를 가미했다. 하얀 조명과 붉은 표시창의 시인성은 좋은 편. 시승차의 운전석은 전동식 시트 대신 펌핑형 높낮이 조절 장치다. 르노삼성의 QM5에도 적용된 펌핑형은 편리하긴 하지만 몸에 잘 맞지 않는다는 불평도 많다. 실내공간은 기존 스포티지보다 확실히 넓어졌다. 특히 뒷좌석의 레그룸이 넉넉하다. 적재공간은 각종 물품을 정리할 수 있는 트레이가 있어 물건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닐 일은 없을듯 싶었다.
◆놀라운 달리기 성능
브레이크를 밟고 스타트버튼을 누르자 낮고 차분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정차 시 엔진음은 가솔린 차량에 비할 정도다. 오르간 타입의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얹자 가볍게 치고 나갔다. 디젤 차량 특유의 굼뜬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회전할 때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커지는 엔진음은 다소 흠. 전동식 파워스티어링(핸들)은 빠르고 정확했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다소 위화감을 주기도 했다. 특히 고속 주행 시 무거워지면서도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대구~포항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높였다. 깊숙이 가속 페달을 밟자 '우웅'거리는 부밍음을 내며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m의 탁월한 엔진 성능과 6단 변속기의 궁합이 좋다. 180㎞/h까지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 있게 노면을 치고 나갔다. 160~180㎞/h를 유지하며 차량들 사이를 빠져 나가도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속도계가 160㎞/h를 넘자 선루프에서 격한 풍절음을 내기 시작했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직선도로에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측정 장비가 없어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힘들었지만 8초 후반대다. 디젤 SUV로는 탁월한 성능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한 편이다. 시속 40㎞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울렁거림이 없고 코너링에서도 단단하게 노면을 붙잡는다. 도로 상태에 따라 댐퍼(완충장치)를 최적화해 차량의 승차감과 안정성을 향상시킨 진폭 감응형 댐퍼 덕분이다. 경북 청통에서 갓바위로 오르는 곡선 도로에 들어서자 VDC(차체자세제어장치)가 빛을 발했다. 갓바위에서 내려오는 굽이진 길을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돌자 언더스티어링 현상이 잠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내 VDC가 개입해 차체를 잡아냈다.
제동력은 2% 부족한 느낌이다. 저속에서는 날카로운 응답성을 보여줬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조금씩 무딘 반응을 보였다. 높아진 가격도 걸림돌이다. 디젤 2WD 모델이 1천990만~2천820만원, 디젤 4WD 모델이 2천170만~3천만원, 가솔린 모델이 1천855만~2천515만원이다. 기존 스포티지 모델에 비해 110만~130만원 올랐다. 하지만 VDC와 경사로밀림방지장치, 프로젝션 헤드램프 등 각종 편의시설이 기본 장착된 점은 경쟁력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