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금융권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퇴직연금제도는 금융기관에 매년 퇴직금을 적립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퇴직연금 시장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내년부터 퇴직보험과 신탁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퇴직보험과 신탁의 법인세 혜택이 폐지되고 신규가입도 금지된다.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만 남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14%인 7만2천714곳에 불과하다. 올해 말이면 시장 규모가 25조~3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지역에도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다.
◆금융권 유치 총력전
대구백화점은 이달부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하나대투와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대구은행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 퇴직연금 형태는 확정급여형(DB형)으로 근로자는 연금 또는 일시금 중 선택이 가능하다. DB형의 경우 적립금 운용 시 발생하는 손실이나 이윤 모두 회사 책임이며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깎이지 않는다.
대구은행은 퇴직연금 유치 대상으로 지역의 주요 업체 100곳을 선정하고 다음달 말까지 전 업체의 대표와 근로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1~5년제로 나줘 4.3~5.0%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고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덧붙이는 식이다. 현재까지 20개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유치한 상태. 또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은 근로자를 위한 재테크교육과 함께 대출, 외환 등 각종 우대서비스를 줄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보다 140% 이상 늘어난 1천억원 이상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말 현재 현재 대구은행에 적립된 퇴직연금은 818억4천만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3.2~5.0%로 책정한 고시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금리 주가연계증권(ELS)을 경쟁적으로 발행하면서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시중 금리를 크게 웃도는 7% 이상 고금리 원금보장형 ELS를 판매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 KT 명예퇴직자를 대상으로 연 7.5% 금리의 원금보장형 ELS를 발행했다.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도 7.5% 금리의 퇴직연금 ELS를 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6.5%대의 퇴직연금 ELS 상품을 판매하고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는 7% 이상으로 금리를 책정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징성 있는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 고금리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1년형과 5년형 등으로 나눠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을 판매중이다. 공식금리는 3.5~4.5% 수준이다.
◆경쟁 치열한 이유는
금융권에서 역마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올해 말 최대 30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2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5조1천176억원으로 1월의 14조6천787억원에 비해 3.0%(4천389억원) 늘었다. 이중 은행권의 적립금 규모는 7조3천671억원으로 48.7% 수준이다. 생명보험사는 4조7천543억원으로 31.5%, 증권사는 2조866억원으로 13.8%, 손보사 9천96억원(6.0%) 순이다.
일단 특정 기업의 퇴직연금 계약을 따내면 장기간 유지될 공산이 큰 점도 과열 경쟁의 배경이 되고 있다. 초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나 상징성이 큰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기업과 거래를 트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무분별한 출혈경쟁 우려
그러나 무분별한 출혈경쟁이 은행과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해쳐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해당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맡긴 소비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자신이 만든 퇴직연금 고금리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치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금융당국도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과도한 고금리 등 불건전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감독 및 제재를 강화하고 금융감독원을 통한 현장 검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리 결정시에 적절한 내부 리스크 통제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 아울러 퇴직연금에 1년 이상 중장기형 상품만 편입하도록 하거나 자사의 확정금리형 상품을 편입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안도 마련 중이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역마진을 통한 과도한 고금리 제시 등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나 불건전영업행위 방지를 위해 감독 및 제재를 강화하고 금감원을 통한 현장검사도 추진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하도록 적립금 운용 규제 완화 여부 등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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