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닫은 軍…의혹·불신 키운다

사고당시 교신내용 등 핵심 정황 안밝혀

'천안함 침몰'사고가 7일째를 맞고 있지만 정부와 군 당국이 국민들의 공개 요구에도 사고 당시 교신내용이나 정황을 감춰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와 군은 천안함 침몰에 대해 군사기밀 보호라는 명목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꽁꽁 차단하면서 사고원인 분석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 간 갈등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각종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직장인 이지은(36·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이번 사고에 대해 정부와 군이 꽁꽁 숨기니까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 사고 직후 구조 장병들을 응급실에 바로 보내지 않고 입단속부터 했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침몰 전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교신내용을 철저히 감추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교신 내용에는 민감한 군사 보안사항까지 포함돼 있어 전면 공개가 어렵다"며 "교신내용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인 내용은 전혀 없으며, 우리도 일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2002년 발생한 2차 연평 해전 당시 국방부는 의혹 해소를 위해 교신일지를 공개한 전례가 있어 국방부의 설명은 "뭔가 감출 수밖에 없는 말 못 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체가 노후됐기 때문이라는 '피로 침몰설', 기뢰나 어뢰 때문이라는 '외부 충격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교신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참여연대는 1일 천안함 침몰 사고의 각종 추측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정보공개청구 내용은 일지와 교신·항해 기록, 기뢰 등에 의한 폭파 또는 오폭 의혹, 천안함의 당일 임무와 독수리 작전 관련 기록 등 4개 분야 16개 항목이다.

앞서 해군이 공개한 열상감지장비에 찍힌 동영상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해군은 3월 30일 사고 직후의 화면을 공개했지만 공개된 화면에는 이미 천안함이 두동강 나 가라앉는 모습만 찍혀 있다. 당시 오후 9시 33분부터 화면이 시작되면서 공식 사고 발생 시각이라고 밝힌 9시 30분과 3분 정도의 공백이 발생했다. 해군은 초소 경계병이 폭발음을 듣고 나서야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열상감지장비 촬영에 공백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초소 근무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침몰 당시 구조된 승조원 58명을 완전 격리시키고 있는 것도 뭔가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국방부 측은 구조된 승조원들이 동료들을 남겨둔 채 구조됐다는 심리적 부담감에 시달릴 수 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우려해 격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조된 58명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승조원들을 상대로 침몰 전후의 상황을 적극 청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의 사고 원인 분석도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건 실체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쪽에선 북한의 기뢰·어뢰 공격에 무게를 둔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선 암초, 해상여건 등 자연적 사고 가능성에 비중을 실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

탁진영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와 군은 사고 원인과 당시 상황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 국가적 불행을 의혹과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언론도 의도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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