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심야 학원 교습 금지는 시행해야

정부가 사교육 줄이기 대책으로 추진한 심야 학원 교습 금지가 무산될 전망이다. 이 안의 시행은 시'도 교육청의 조례를 개정해야 가능한데 서울을 제외한 12개 시도의 교육위원회가 의결을 보류했다. 대구, 광주, 대전은 4월 중에 심의한다. 이 안은 현 교육위원의 임기인 6월 3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번 사태는 교육위원의 정치성과 정부의 무사안일에서 비롯한다. 각 시도 교육위원들은 의결 보류 이유를 중대한 사안이어서 심의를 더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대부분 교육위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교육의원에 출마한다. 조직적인 학원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강원도 학원연합회는 이번 선거에서 학원연합회의 방침과 일치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안은 지난해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소재를 두고 정치권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방을 벌였다. 또 한목소리를 내야 할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해 대통령이 나서 조율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교과부는 12월 말에야 조례 개정을 유도하겠다는 공식 방침을 밝혔지만 결국 선거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교육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성이 개입돼서도 안 된다. 중요한 정책이 선거를 의식한 몰지각한 일부 교육위원 때문에 시행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4월 심의 예정인 대구 등 3개 광역시는 마땅히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또 나머지 시도 교육위원회도 임시회 개최 등을 통해 조례 개정에 나서야 한다. 당선만을 위해 눈치를 살피는 후보는 유권자들이 심판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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