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패턴이 변하고 있다. 우르르 몰려가서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패키지여행 대신 자신만의 템포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는 여행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패키지여행이 주는 식상함과 단점 때문. 패키지여행은 돈만 주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다 챙겨주는 장점이 있어 그동안 한국인의 여행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쇼핑을 강요하는 덤핑상품이 사라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여행 일정으로 인해 점차 인기를 잃고 있다. 이에 따라 취향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개별여행(맞춤'자유여행)과 공정여행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적인 여행이 초래하는 환경오염, 왜곡된 관광문화 등에 대한 반성으로 20여년 전 영국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발간된 공정여행 가이드북 '희망을 여행하라'(임영신'이혜영 저)에는 소비적 여행의 그늘이 단적으로 소개돼 있다.
'한 사람이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한다. 하루 한두 시간밖에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에서 우리는 수영을 하고 에어컨을 사용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여행자 한 사람의 더운 물 샤워를 위해 세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한 사람의 목마름을 적시기 위해 72개의 플라스틱 물병이 고스란히 쓰레기로 남겨진다.'
공정여행은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며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을 추구한다. 여행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환경과 교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착한여행''책임여행'으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1, 2년 전부터 패키지여행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국내 공정여행은 NGO, 사회적기업 등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트래블러스 맵과 아시안 브릿지, 책임관광, 이매진피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주류 관광업계에서도 공정여행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인과의 소통과 생태 보존을 강조하는 공정여행의 성격상 여행길은 만만치 않다. 여행길이 아니라 고생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우선 여행지 자체가 남다르다. 근사한 빌라가 있는 휴양지가 아니라 제3세계, 트레킹 코스 등에 집중돼 있다. 트래블러스 맵은 지리산 자락 한 시골집에서 묵으며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지리산길 홈스테이'를 비롯해 아프리카 남동부 4개국 초원을 횡단하며 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를 배우는 '아프리카 여행학교', 네팔 여성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과 네팔 귀환노동자들이 설립한 NGO와 함께 히말라야를 오르는 '네팔트레킹' 등의 상품을 내놨으며 아시안 브릿지는 캄보디아, 라오스로 떠나는 착한여행을 선보였다.
여행방식도 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행기 이용을 가급적 줄이고 발품을 팔거나 자건거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해외에서는 아예 '난 비행기 안 탈 거야'라는 타이틀의 여행상품도 출시됐다. 영국의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은 프랑스 남부 자전거투어, 스코틀랜드 카약여행 등의 상품을 만들어 무탄소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숙소도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하고 식사도 현지 음식점에서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많은 것을 얻은 값진 여행이라고 말한다. 트래블러스 맵 홈페이지 여행후기란에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공정한 소비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한 여행이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히말라야의 자연도 아름다웠지만 현지인들과 함께한 시간들 때문에 더욱 행복했습니다"와 같이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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