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의 진화] 외국의 여행패턴

2주 이상 머물며 문화 이해 폭 넓혀

획일적인 집단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개별여행이 대세다. 이 같은 차이를 낳은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문화다. 우리나라는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반면 서구는 일찌감치 개인주의를 꽃피웠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별여행이 각광받는 이유도 점점 개인주의화되는 사회 현상과 연관이 있다.

해외여행가 김종욱씨에 따르면 서구 선진국에도 패키지여행 상품이 있다. 하지만 일정이 짜여 있는 우리나라 패키지여행 상품과 달리 여행객이 항공사, 숙소뿐 아니라 일정까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개념으로 보면 맞춤여행이 패키지여행 상품인 셈이다. 결국 패키지여행을 하더라도 개별여행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여행문화를 살펴보면 한국과 중국은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형태가 같다. 일본은 한국과 서구의 중간이다. 일본의 패키지여행 상품은 항공사와 숙소, 일부 일정은 정해져 있지만 고객들이 다른 일정을 선택할 수 있다.

경주에 있는 외국인전용 호스텔인 한진장여관은 외국인들의 여행 형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경주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한 한진장여관은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의 주인은 권영정(81)씨다. 안동 출신인 권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다 1978년 한진장여관을 열었다. 문을 열 당시에는 외국인전용 숙소가 아니었다.

"지금은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졌지만 옛날에는 관광할 만한 곳이 경주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반드시 경주에 들렀기 때문에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사람들로 경주는 늘 북새통이었죠. 하지만 숙박시설은 태부족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은 숙소 구하기가 훨씬 어려웠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에게 기꺼이 방을 내준 권씨는 식사까지 공짜로 대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많은 외국인들이 찾기 시작했고 급기야 외국인 손님 받기에도 벅찰 정도가 됐다. 그래서 1985년 외국인전용 호스텔로 전환했다.

한진장여관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권씨가 직접 경주 여행 안내를 해 주기 때문. 권씨는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등 외국인 가이드에 필수적인 외국어 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영어 실력은 외국인들이 감탄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권씨의 외국어 실력은 독학과 실전이 만들어낸 합작품. 그는 여관을 연 초창기 외국어 필요성을 느껴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그렇게 익힌 외국어를 실전에 사용하면서 다졌다고 한다.

한진장여관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이름이 나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신문, 방송, 잡지 등에 수없이 소개됐다. 유명세를 타면서 전세계에서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다양한 인종들이 한데 엉켜 생활하는 한진장여관은 인구의 용광로와 같은 곳이다.

권씨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혼자 또는 2, 3명이 짝을 지어 온다고 한다. 그룹 형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는 것. 여행 기간도 길다. 한달 또는 두달 이상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다. 가장 많은 경우가 2주. 2주 동안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 다닌다고 한다. 경주에는 평균 2, 3일 정도 머문다.

경주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체험이다. 떡 만들기 등 전통체험과 문화유산을 지척에서 감상할 수 있는 남산트레킹 등이 인기 관광코스라고 한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오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외국인들의 여행 목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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