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데뷔 10여년 만에 첫 솔로 앨범 발표 정/인

좀 의외였다. 가수 정인(본명 최정인'30)에게 이번 앨범 '보이스 프롬 안드로메다'(Voice from Andromeda)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앨범이라는 것이.

정인은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챔피언' '러시' '사랑은'(이상 리쌍), '사랑할 수 있을 때'(바비킴), '내 눈을 쳐다봐'(드렁큰 타이거) 등 수많은 노래에서 개성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 실력파 가수다.

이들뿐 아니라 다이나믹 듀오, 박선주, 브라운아이드소울, MC몽 등 실력파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며 목소리를 알렸다. 2007년까지는 '지플라'의 멤버로 활동하며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정인 혼자만의 앨범은 아니었다.

수많은 앨범 재킷에서 정인이라는 이름을 봤기 때문이었을까. 당연히 3집 정도는 낸 가수로 생각했다.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로 활동에 대한 갈증이 없었어요. 내 이름으로 꼭 앨범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죠. 어떻게 하다보니까 '리쌍'의 길과 의기투합해 이번에 솔로 음반을 냈습니다. 딱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정인의 개성 있는 목소리에 수많은 뮤지션들이 반했다. 그래서 그에게 피처링을 제안했고, 정인의 이름은 여러 가수들의 음반에 함께 실렸다. 실력이 이렇게 좋은데 남의 음반에만 참여하는 것이 답답하진 않았을까.

"밴드 활동도 했고 나름의 음악 활동도 했어요. 대중은 몰랐더라도 전 그간 많은 일을 했죠. 남들의 생각을 떠나서 전 나름 제 것을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주변의 시선에는 관심도 없었고 상관도 안 했죠. 피처링 가수라는 말도 신경 안 써요."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과 함께했던 전력 때문일까. 이번 정인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10년여 동안 동안 정인과 함께 음악활동을 해왔고, 오늘날의 정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쌍'의 길이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앨범의 첫 트랙인 '쇼'(Show)에 함께 참여했다. 알렉스는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의 부드러움을

살렸고, 타블로는 여운을 주는 랩을 보탰다.

'리쌍'의 또 다른 멤버인 개리는 수록곡 '살아가는 동안에'의 가사를 선물했다. 타이틀곡인 '미워요'는 이적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무려 10번이 넘는 재녹음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노래는 정인의 소울 창법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렇게 좋은 뮤지션들이 참여하게 된 데에는 프로듀서인 길 오빠의 능력이 컸어요. 이 정도까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죠. 길 오빠의 '마법과 같은 능력'으로 이런 뮤지션들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정말 길 오빠는 천재예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마냥 웃기게만 보이는데 음악을 할 때는 정말 동물적인 감각을 보여주죠. 또 매우 철저하고 준비성이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이미 3, 4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이 정해져 있을 정도로 계획성이 있어요."

길의 여자친구인 그룹 '쥬얼리' 출신의 박정아는 '주얼리'의 후배 멤버 하주연과 함께 '걸즈 온 쇼크'(Girls On Shock)를 합작해 냈다.

"박정아씨는 정말 유명한 가수라서 아무리 친해도 부탁하기 쉽지 않았죠. 그런데 길 오빠가 여자친구인 정아씨에게 '걸즈 온 쇼크'를 들려줬고, 이걸 들은 정아씨가 좋은 노래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 길 오빠가 바로 음반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후에 하주연씨도 참여하게 된 거죠."

음악팬 가운데 정인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생활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오랜만에 만난김에 이것저것 물었다. 그랬더니 정인은 프로듀서인 길 못지않은 입담으로 술술 얘기를 풀어간다.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충남대학교 해양학과에 진학했다는 말에 "공부를 꽤 잘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 해에 해양학과가 미달이었다"고 말해 큰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는 "사실 졸업도 못했다. 미복학으로 제적을 당했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가수 신승훈이 충남대학교 출신의 선배 가수다.

"음악을 한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신승훈 선배님처럼만 하라고 하더라고요. 최근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만나서 인사를 드렸죠."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빠져 살았지만 사실 정인에게는 가수로서의 치명적인 핸디캡이 있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안쓰럽게 생각하시는데 전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라서 별 생각이 없어요. 노래할 때도 불편함이 없고요. 물론 방향 감각이 좀 떨어지고 서라운드 감이 없어서 그런 것들을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견딜만 해요."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종종 선배 가수 한영애나 윤복희와 비교된다.

"꼭 몇몇 가수에게 영감을 받았다기보다 여러 가수들에게 영감을 받았죠. 좋은 선배님들과 비교가 돼서 기분이 좋네요. 한영애 선배님과 같은 가수가 되고 싶기도 해요."

예쁜 여가수들이 가요계에 줄을 잇는 요즘이다. 홍대 출신 실력파 여가수라도 얼굴이 예쁘면 더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정인은 그 흔한 쌍꺼풀조차 없다.

"정서가 안 맞아서 성형 수술을 안 했을 뿐입니다. 나도 인간이라서 좀 더 예쁘면 더 잘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성형수술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요. 오히려 목소리와 외모가 '충돌'이 돼서 제 발전에 도움이 됐죠."(웃음)

이 명랑하고 즐거운 여가수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가수 강산에와 밴드 '뜨거운 감자' 등과 함께 무대에 서는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그다. 8년이나 만난 남자친구는 이번 앨범 '고마워'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래도 제가 여가수인데, 남자친구가 공개되는 것이 좀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 입으로 말한 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고요."(웃음)

정인은 10일과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휘성, 리쌍, 이영현과 함께 콘서트 '더 그레이트 모먼트'를 연다. 100마디 말보다 한 소절의 노래가 더 감동적인 정인의 무대에 많은 팬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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