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매화(梅花)와 매실(梅實)

알칼리성 약재로 구연산이 있어 피로회복과 노화방지에 효과적

엄동설한의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첫 번째 전령은 바로 매화일 것이다. 매화는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면서도 자신의 향기를 아무에게나 팔지 않아, 절개있는 여인 또는 지조 높은 선비의 정신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매화의 개화시기는 기후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남부지방에선 2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3월 중순이면 만개한다.

매화나무의 꽃잎이 흰 것을 백매화, 붉은 것을 홍매화라 하고, 열매는 매실(梅實)이라고 한다. 10여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허준이라는 드라마에서 매실이 좋다고 한 뒤 전국 어디를 가도 쉽게 매화나무를 볼 수 있는데, 매실은 장아찌, 식초, 차나 술의 재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매화(梅花)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으로, 원산지는 중국의 사천성과 호북성이고 국내에서는 전국적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매실은 껍질이 연한 녹색이고 과육이 단단하며 신맛이 강한 것을 청매(靑梅)라 하고, 청매가 익어 노란빛을 띠는 것을 황매(黃梅)라고 한다.

삼국지에 조조가 전쟁 중 물이 떨어져 지친 병사들에게 전방의 산을 가리키며 조금만 가면 매실나무 숲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갈증을 잊게 만들었다는 '매림지갈'(梅林止渴)의 고사가 전하듯 청매의 신맛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매실이란 이름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한방에서 매실을 한약재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6월쯤에 수확한 청매를 오매(烏梅)와 백매(白梅)로 만든다. 백매는 청매의 씨를 빼고 소금물에 담가 10일쯤 두었다가 건져내 오래 두면 표면에 흰 가루가 낀 것을 사용한다. 오매는 청매의 씨를 빼고 말린 다음 볏짚이나 왕겨를 태우는 매연 속에서 훈증하여 흑색이 되도록 한 것인데, 빛깔이 까마귀처럼 검다고 해서 오매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서는 백매보다 오매를 약재로 많이 사용하는데, 중국 후한시대의 의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도 오매에 대한 약효가 기록돼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 활용해 왔다.

동의보감에서 청매는 신맛이 강해서 치아와 뼈를 상하게 하며, 오매는 담(痰)을 없애고 구토를 그치게 한다고 나와 있다. 오매는 갈증과 이질을 치료하며 노열(勞熱, 결핵과 같은 만성 소모성질환으로 인한 열)을 다스리고 주독(酒毒)을 푼다. 백매는 금속에 찔려서 상처가 덧난 경우에 쓰고 종기를 치료하며 가래를 삭히는 효과가 있다.

오매는 폐의 기를 수렴시켜 오래된 기침과 해수를 멎게 하고 지사작용이 있어 오래된 설사를 그치게 하며 갈증을 멈추는 작용이 있어 소갈(消渴, 당뇨병)을 치료한다.

또한 구충작용이 있어 회충으로 인한 구토와 복통이 일어나는 증상을 치료하며 위산 부족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식욕부진에도 효과가 있다.

약리학적으로 매실은 무기질'비타민'유기산이 풍부하고 칼슘'인'칼륨 등 무기질이 들어 있는 알칼리성 약재이다. 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어 위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를 촉진시키며 식욕을 증진시킨다.

유기산 중 구연산이 있어 피로의 원인이 되는 젖산 발생을 억제하고 배출하는 작용이 있어 피로 회복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또한 유기산의 하나인 피클린산이 함유돼 있어 간의 기능을 강화시키며 숙취해소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오매는 맛이 시고 수렴하는 성질이 강해 급성기의 감기와 설사, 이질의 초기에는 복용을 금해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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