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에밀 아자르의 매혹적인 소설 '모모'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열 살이라고 믿고 있는 소년 모모. 모모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이다. 누군가가 유태인 여인 로자에게 모모를 맡겼고, 매월 양육비를 보내주었지만 마침내 그것마저 끊기고 만다. 로자는 아이를 키우기 힘든 처지에 있는 여인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늙고 뚱뚱한 여자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적이 있는 로자는 지금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어디론가 숨으려고 한다. 그녀에게 아우슈비츠는 끝나지 않은 악몽이다. 반면, 젊은 시절 창녀였던 로자에게 창녀였던 시절은 언제나 '좋았던 시절'로 회상된다.
로자가 돌보는 아이들은 대부분 창녀의 아이들로 아랍인, 베트남인, 유대인, 아프리카인 등 다양하다. 경찰에 알려지면 아이들은 모두 빈민구제소로 끌려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늘 경찰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동네 경찰서장도 창녀의 아들이었고, 어렸을 때 로자가 돌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면서도 눈감아준다.
머무는 아이들은 늘 바뀌는데, 부모가 데려가기도 하고 입양돼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모는 어디에도 입양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이에 비해 너무 조숙하다며 받아주지 않아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모모에게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주는 건 젊은 시절 카펫 장수였던 하밀 할아버지. 아랍노인인 하밀 할아버지는 너그럽고 지혜로워 모모에게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을 가르쳐준다.
상상력이 풍부한 모모가 가끔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로자는 카츠 선생님에게 달려가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의사 카츠는 그런 로자를 꾸짖으며, 모모는 자라서 시인이 될 거라고 말해준다. 자신에게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하는 모모. 모모가 이따금 가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그 물건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심지어 모모의 친구는 '아르튀르'라는 이름을 붙인 우산이다. 모모는 우산에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거리에서 광대짓을 하기도 한다. 밤이면 모모는 아르튀르를 안고 자거나, 상상 속에서 암사자를 불러내 논다.
모모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인 왈룸바씨, 세네갈에서 온 '여장 남자' 롤라 아줌마는 참으로 따뜻한 이웃이다. 로자가 병이 나서 모모와 단둘이 남게 됐을 때 이들은 다른 이웃들과 함께 로자를 헌신적으로 돌봐준다. 파리의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쓰레기 같은 짓'을 하며 먹고살아가지만, 마음만은 보석처럼 빛난다. 마침내 로자의 병이 악화되고 밀린 집세 때문에 그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을 때,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그들만의 비밀장소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 긴 이별을 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모는 말한다.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에밀 아자르라는 신인 작가가 처음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출판사는 원작자를 찾기 위해 광고까지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 비밀의 작가 에밀 아자르가 누구인지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작가인 로맹 가리가 자살을 하면서 밝혀졌다. 그는 1980년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하면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글도 함께 남겼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