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류 브랜드 "뭉쳐야 산다"…멀티숍·편집매장 뜬다

"똑같으면 지는 거다. 차별화로 승부한다."

백화점들의 편집매장 개설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백화점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상품 일색이었던 백화점들이 '편집매장', '멀티숍'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만들기에 고심 중인 것.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색다른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한편, 다양한 물건들을 한 매장에서 쇼핑할 수 있다.

◆뭉쳐야 산다

브랜드마다 별도의 매장을 고집했던 백화점.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야 괜찮은 브랜드인 듯 인식을 했고, 이 때문에 얼마나 넓은 매장과 좋은 위치를 확보할 것인지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백화점에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들을 한데 모아 만든 '편집매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브랜드는 물론이고 콧대 높은 해외 명품들마저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 편집매장이 백화점의 가장 노른자위를 차지할 정도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은 2008년 8월부터 프리미엄 데님 편집매장 '인디고 샤워'(Indigo Shower)를 운영 중이다. 트루릴리전, 비고스, 테버니티소진, 미스미진, 맥데님 등 수입 프리미엄 데님을 한데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매장에는 데님의류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데님과 잘 어울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이용한다는 비비 다코타, 보비, 코인, 스위트피 등 토털 브랜드를 한데 선보여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도록 했다.

대구백화점에서는 남성전용 수입 화장품 편집셥 '옴므 앤 알렉스'(Homme & Rx)와 수입 남성백 편집숍 '더 백'(The BAG), 데스크용품 기프트숍인 '오롬 시스템즈'(OROM SYSTEMS) 등 이색 남성 편집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상품 비교를 위해 여기저기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남성들의 쇼핑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편집매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브랜드에서는 아예 개별 매장으로 운영하던 자사의 제품들을 편집매장식으로 한데 모은 '멀티숍'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봄맞이 매장 새단장을 진행한 대백프라점 남성 매장에서는 'S.T. Dupont House'(에스티 듀퐁하우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속옷부터 와이셔츠, 정장은 물론이고 손수건, 머플러, 양말, 타이 등 소품까지의 듀퐁 제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얼리로 유명한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에서는 의류라인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전국 처음으로 대구백화점 본점에 주얼리와 남녀 의류, 구두, 핸드백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꾸밀 수 있는 토털숍을 최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최근 여러 층에 분산돼 판매되던 나이키 브랜드 상품을 한 곳으로 모은 '메가숍'이 새롭게 단장을 마쳤다. 메가숍은 멀티숍이 좀 더 대형화 한 형태로 동일 브랜드의 여러 아이템의 상품을 한곳에 모아 풀코디가 가능하도록 꾸민 매장이다.

◆차별화를 위한 백화점의 고심

상품의 이미지나 콘셉트, 고객층 등이 비슷한 브랜드들을 따로 모아서 하나의 공간에 담아내는 편집매장과, 브랜드의 여러 아이템을 한데 모은 멀티숍이 지역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차별화' 때문이다. 모든 백화점에 똑같이 입점하는 내셔널브랜드(NB)로는 차별화된 매장 구성이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직접 제품을 수입하면서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기 제품들을 들여오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른 백화점과 상품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안간힘이다.

소비자들 역시 남들과 똑같은 것보다는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편집매장의 매출이 일반매장보다 월등히 앞선다. 롯데백화점의 대표 편집매장인 '라비앳'(이태리 직수입 남성캐주얼)과 '올리브핫스텁'(10·20대 영캐주얼)의 경우 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신장했다.

하나의 매장에 다양한 상품을 모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여러 상품을 비교해가며 쇼핑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나이키 메가숍의 경우도 흩어져서 따로 영업하던 때에 비해 매출 규모가 50% 정도 늘어났다"며 "쇼핑의 편의성을 제공했다는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매출이 급속도로 향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편집매장의 내용물이 상당부분 수입 브랜드로 채워진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인지도가 낮은 해외 브랜드를 편집매장에서 팔다 인기가 좋으면 단독 매장으로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의 눈이 높아지면서 편집매장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겠지만, 이로 인해 내셔널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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