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교육 활성화 없이는 사교육 잡을 수 없다

정부가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70%를 EBS 교육방송 교재에서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곳곳에서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나머지 30%의 출제 방향에 대해 아무런 방침이 나오지 않고, 사교육 시장에서는 EBS 교재에 맞춘 강좌가 생겨났다.

또 EBS는 교재를 직접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장기적으로 서점 판매를 없애고, 직영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독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교재 판매로 181억 원의 수익을 올린 EBS가 정부의 지원을 무기로 아예 장삿길로 나서겠다는 것과 같다.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EBS 인터넷 강의를 내려받는 데 사설학원보다 5배 이상 느리다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교육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혼란의 연속이다. 교육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이고 수요자가 많아 오는 것이지만 대책 없는 교육 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 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시행하려고 하니 당연히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몇몇 인사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인상까지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가세하니 교육 정책이 어지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현 정부의 조바심에서 비롯한다. 현재 정부는 모든 교육 정책의 초점을 '사교육 줄이기'에 맞추고 드러난 문제점을 덮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현실성과 효율성보다는 제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니까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사교육 줄이기는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당장 되지 않으면 지금은 기초라도 놓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는 한탕주의식 정책 발표보다는 10년, 20년 뒤를 위해 장기적인 공교육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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