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크 투어리즘'으로 대구경북도 관광해법 찾자

어두운 과거에 스토리 입히고 교육의 장 승화

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 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명소처럼 대구경북도 차별화 된 안전체험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안전파크 페험(위)과 다부동전적기념관.
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 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명소처럼 대구경북도 차별화 된 안전체험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안전파크 페험(위)과 다부동전적기념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졌다. 110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약 3천5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세계 경제의 상징이었던 그곳은 미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이 경악한 슬픔의 현장이 됐다. 2010년, '그라운드 제로'로 명명된 이곳은 하루 4천명의 추모객이 몰리는 유명한 관광명소로 변했다. 테러라는 끔찍함이 남긴 자리를 반성과 교훈의 체험장으로 만든 것. 미국은 테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현장에 메모리얼 공간을 만들었다. 2002년에 350만명을 비롯해 한 해 평균 200만명 안팎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주변 건물은 그라운드 제로를 관람하는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市)는 작은 시골도시지만 우리나라 공무원에게는 낯설지 않다.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다양한 축제를 개발, 관광지와 휴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공무원이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 도시는 정반대의 이유로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과도한 관광 투자 탓에 2006년 360억엔의 빚을 지고 파산했다가 다시 재기한 유바리시가 자신들의 실패 경험과 재기 과정을 묶은 다큐멘터리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교훈을 배우기 위해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여러 나라의 공무원들이 찾고 있다.

'2011 대구 방문의 해'를 앞두고 관광 분야가 취약한 대구경북이 뉴욕과 유바리시에서 관광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새로운 관광 테마로 각광받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와 유바리시의 다큐, 이스라엘인들은 물론 독일 초등학생들의 필수방문 코스가 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십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이다.

대구가톨릭대 김미경 교수(호텔경영학과)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하면서 뭔가 배우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이 세계적인 관광 추세"라며 "대구경북은 안타깝지만 '안전'과 관련한 어두운 과거가 많은데, 이를 그냥 덮어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토리 텔링과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한 안전체험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지역에서 보거나 경험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것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뽑아내 교육과 학습을 품은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대구 동구청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와 최근 유치를 추진 중인 국립소방박물관을 묶어 '다크 투어 상품'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일본 고베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들은 각종 대참사의 기억을 단순히 기피 대상이 아니라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교육의 장으로 승화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었다"며 "지하철 참사는 유족을 비롯한 대구시민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된 우리만의 '안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상북도와 대구시가 연계사업으로 구상 중인 '호국평화벨트' 사업도 다크 투어리즘의 한 사례다. 2014년까지 총 2천870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방어선 일대 전쟁 유적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연계해 세계적인 호국평화의 명소로 육성한다는 것.

경북도 한 관계자는 "낙동강 호국벨트를 조성해 청소년의 교육과 관광이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다크 투어리즘을 적용, 호국의식 고취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강인호 교수(관광경영학과)는 "세계적 추세인 관광패턴의 하나가 다크 투어리즘인데, 대부분 '전쟁'과 '테러'가 그 중심에 있다"며 "대구경북은 '안전' 분야에 특화한 소재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진 관광명소로 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재난이 일어났거나 역사적인 비극이 벌어졌던 곳을 찾아가 반성하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역사교훈여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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