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축제, 뮤지컬 페스티벌, 연극제, 무용공연, 오페라 하우스 개관, 뮤지컬 전용극장 추진 등 대구의 공연문화는 풍성하다. 독주회를 제외하더라도 대구에서는 한 해에 300여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대구시도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공연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문화산업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무대제작, 의상제작 분야는 여전히 척박하다.
현재 대구에 뮤지컬, 오페라, 무용, 국악 등을 위한 무대제작소는 2곳뿐이다. 그나마 한 곳은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다. 무대의상을 제작하는 곳도 5, 6곳에 불과하다.
대형 공연무대 제작소인 '이조 디자인' 대표 조영익(43·경북 고령군 성산면)씨는 15년 동안 무대제작을 해왔다. 대학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한 뒤 선배가 운영하던 무대제작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해 독립했다. 경남 합천의 폐교를 무대제작소로 활용했는데, 지난해 경북 고령군으로 옮겼다. 공연무대 제작의 특성상 넓은 공간과 천장이 높은 제작 공간이 필요한데, 교실은 좁고 천장이 낮아서 불편했다. 현재 무대제작소는 칸막이 없이 1천650㎡(500평)가 넘는 공간이다. 대형 야외공연 무대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무대제작은 연출자와 무대 제작자가 함께 대본 분석을 하면서 시작된다. 대본 분석과 연출 의도가 명확해지면 무대 디자인에 착수하고, 완성된 도면을 바탕으로 구조물 만들기, 그림을 그리고, 색감을 부여하는 등 제작에 돌입한다. 무용과 국악무대는 15일,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는 보통 30일쯤 걸린다. 작품에 따라 60일 이상 걸리는 것도 있다.
조영익 대표는 15년 동안 300여 편의 크고 작은 무대를 제작했다. 대구에서 공연되는 무용, 연극작품 무대는 대부분 그의 무대제작소에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의 경우 지역 무대제작의 80% 이상을 수주했다. 그러나 오페라, 뮤지컬 등 이른바 규모가 큰 무대작품 수주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형 무대는 서울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방 사람들이 지방업체를 못미더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죠. 일단 한번 의뢰해본 사람들은 믿고 맡기는데, 처음 의뢰가 힘듭니다.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저희에게 무대제작을 의뢰해오는데…."
지역 작품의 무대제작을 80% 이상 수주했지만, 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른바 '제작비가 많은 대형 작품'은 서울업체에 의뢰하고, 싼 작품만 의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실력'이 아니라 '제작소 소재지'를 따지는 셈이다.
무대제작소 '이조 디자인'에는 실력파 제작자들이 모여 있다. 15년 경력의 조영익 대표를 비롯해, MBC 방송국 세트제작 담당자로 정년퇴직한 최종열씨가 3년전부터 합류해 구조물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무대 구조물 제작에 관한한 그는 독보적인 실력파다. 그 외에 디자이너, 색감을 내는 사람도 모두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와 성악가를 양성하는 학교는 많지만, 무대제작이나 연출, 조명 등 무대공연의 또 다른 바퀴인 스태프 분야를 양성하는 학교는 대구경북에 전무하다. 이런 형편이니 무대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발굴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제작소 운영 수지를 맞추는 일 역시 어렵다.
"공연무대 제작은 1월부터 3월까지 비수기입니다. 제작소 한 달 유지비가 1천500만원 정도인데, 이 기간에는 제작 수주가 거의 없죠. 서울에서 지방으로 갖고오는 공연은 모두 거기서 무대를 제작해서 오니까요."
조영익 대표는 훌륭한 무대제작자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그의 현실은 천상 무대제작소 대표일 수밖에 없다.
"돈 걱정을 하느라 (작품에만 몰입하는) 예술인이 될 수 없는 것이죠."
서울처럼 지방에서도 대형공연 작품을 많이 제작하면 무대제작소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공연 작품은 워낙 소규모 예산으로 제작된다. 상황이 그러니 또 거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다.
조 대표는 "공연산업은 좋은 작품과 배우, 관객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연출자 등 스태프분야 육성이 뒷받침돼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수익을 생각한다면 지역작품 발굴과 육성, 무대제작, 의상제작 등에 대한 대구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연문화의 소비뿐만 아니라 공연 인프라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였다.
조 대표는 "솔직히 뮤지컬 무대에 가끔 쓰이는 움직이는 기계장치 제작 분야는 저희가 좀 떨어집니다. 그러나 구조물 제작, 색감 표현, 전체적 분위기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대구경북 입장에서 볼 때 '이조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공연 장소와 가깝다는 것이다. 덕분에 무대제작 중에 수시로 실물을 확인하고 수정이 가능하다. 또 넓은 제작소 부지 덕분에 사용한 무대를 보관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을 할 경우 제작비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작품 특성상 한번 공연한 뒤에 폐기해야 하는 무대도 많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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