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분도 몸도 예전 같잖은 '남성 갱년기'

급작스런 진행 여성과 달라 '노화'로 여기기도

'남성 갱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됐다. 물론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많다. 갱년기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 호르몬이 갑작스레 줄어들지 않는데다, 여성처럼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도 줄어들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 중 약 30% 정도가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4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직장인 권모씨.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하고 기분도 우울해지고 자주 쓸쓸함을 느끼게 됐다. "부부 관계도 멀어지고, 매사에 의욕도 없어졌습니다. 흔히 40대가 되면 몸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남성 갱년기의 주된 증상은 성욕 감퇴와 발기력 저하와 함께 근육이 위축되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등의 신체적 증상이다. 아울러 만성피로와 함께 지속적인 우울감이 찾아오고 무기력증,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단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신체적 변화도 생겨난다. 근육량과 골밀도 등이 감소하는 대신 체지방이 증가해 복부 비만이 생기기 쉽다.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남성은 30대 후반부터 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감소해 70대는 30대의 1/2, 80대는 1/3 수준으로 감소하는 남성 갱년기(andropause)를 겪게 된다"며 "여성은 50세를 전후해서 갑자기 여성호르몬이 줄어들지만 남성은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이 적거나 잘 진단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폐경과 함께 급작스레 진행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호르몬 변화는 30대 중반 이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당연한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김대현 교수는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 외에 좀 더 정확하게는 노인 남성의 남성 호르몬 부분결핍증(PADAM 또는 ADAM)이라고 하며, 가장 최근에는 '후기 발현 남성 성선기능 저하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남성 호르몬 외에 성장호르몬 및 멜라토닌 감소도 갱년기를 촉진하고 악화시킨다"고 했다. 따라서 40대에 이르러서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호소하지만 검사해도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남성 갱년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음주, 흡연, 비만 같은 잘못된 생활 습관뿐 아니라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호흡기 질환 등 만성 질환과 약물도 남성 호르몬의 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료는 필요한가?

남성갱년기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남성호르몬 검사, 고지혈증 검사, 심혈관계질환 예측지표(HS-CRP), 경동맥 도플러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체지방, 근육량'골밀도 검사, 전립선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기본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성장호르몬 검사 등이 필요하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3, 4주에 한 번씩 근육주사를 하는 방법, 매일 먹는 방법, 피부에 부착하거나 바르는 방법 등이 있다. 패치나 크림 종류는 끈적거림과 피부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고 주사제와 먹는 약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남성 갱년기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박철희 교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다는 학계 보고가 있기 때문에 일단 검사를 통해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거나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받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성 갱년기 치료가 본격화한 것은 4, 5년밖에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치료제도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 박철희 교수는 "최근 효과가 한 달에서 3개월가량 지속되는 주사요법이 나오면서 갱년기 치료도 한층 쉬워졌다"며 "치료 효과가 좋은 경우, 온몸이 찌뿌듯한 기분이 사라지고 성욕이 회복되는 등 생활에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치료 효과로는 ▷골밀도 증가 ▷체형 개선 및 근력 증가 ▷성기능 개선 및 성욕 증가 ▷신체기능 회복 및 강화 ▷활력 증가를 비롯한 우울증, 수면장애 개선 등이 있다. 치료를 시작한 뒤 3년 동안은 3개월마다, 이후에는 6개월마다 갱년기 증상의 변화와 부작용 등을 관찰하고 신장과 체중을 측정하며 전립선 질환에 미치는 영향도 검사해야 한다. 주사제 비용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회당 18만~20만원선. 3개월마다 한 번씩 맞으면 되고 1년 이상 지속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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