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 좀도둑 다있네…' 머리 싸맨 대형마트

의류 몸에 걸치고 과자는 다 먹고…매장마다 훔치고 막고 수싸움 치열

백화점이나 대형 소매점들이 늘어나는 좀도둑들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했듯이 좋은 물건을 보면 누구나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게 돼 있는 법이다.

◆상습 도벽의 끝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소매점에서는 지난달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그는 공구 코너에서 공구 하나를 훔친 후 의류매장과 잡화매장 등을 돌며 훔친 공구로 도난방지텍을 제거해 숨겨 나오는 수법을 사용했다. 매장 관계자는 "초범인 경우에는 대부분 물건값을 변제하고 훈방조치 하는 선에서 끝내지만, A씨의 경우에는 이미 여러 차례 적발된 적이 있는데다 수법도 치밀해 경찰에 인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형소매점 한 직원은 얼마 전 도난범으로 붙잡혔던 한 고객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계산하지 않은 물건을 숨겨 나가려다 직원에게 적발돼 경찰에 인계됐던 40대 여성 B씨. 그는 빌딩을 소유한 부잣집 사모님으로 상습적인 도벽을 갖고 있어 여러 차례 매장에서 적발된 경험이 있었다. 부피가 작은 물건을 카트 바닥에 깔아놓은 뒤 라면박스 등 부피가 큰 물건으로 가리는 수법으로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훔치는 수법을 사용했다. B씨는 "공짜로 물건을 훔치는데 성공했을 때 느끼는 순간의 쾌감을 참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경찰에 인계된 B씨는 "남편에게 알리지만 않으면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정했고, 결국 경찰과 매장 관계자들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물건 값을 변상하는 선에서 합의를 해줬다. 그리고 사건이 있은 지 몇 달 후, 그 여성이 직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B씨는 "친정 식구들에게 증세를 털어놓은 뒤 병원 치료를 통해 도벽을 고칠 수 있었다"며 "당시 남편에게 알리지 않아 고맙고, 도벽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돼 더욱 감사하다"고 편지에 썼다.

◆별별 도둑들

대형소매점에서 사라지는 물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의류다. 부피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인데다 의류와 신발 스카프 등의 패션소품들은 몸에 걸치고 나가면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형소매점 매장 관계자는 "최근 도난방지센서 등으로 인해 도난이 크게 줄었지만 예전에는 매장 영업이 끝난 뒤 탈의실을 열어보면 누군가가 벗어놓고 간 의류가 눈에 띄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했다.

비스킷이나 음료, 껌 등의 소형 제품 경우 먹은 뒤 쓰레기를 매장 안에 버리고 가는 수법으로 계산을 하지 않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북구에 있는 한 대형소매점 매장 직원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난 뒤 청소를 하다 보면 평균 10여개 이상 숨겨놓은 쓰레기가 발견된다"며 "매장이 크고 제품 종류가 많다 보니 얼마나 어떤 경로를 통해 없어지는지 사실 파악조차 힘들며 일 년에 두 차례 정도 재고조사를 통해 전산상의 재고와 실 재고에 차이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좀도둑들이 주로 훔치는 물건은 매장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주택가나 학원가 등에 위치한 점포에서는 10대에 의한 학용품, 음반, 게임CD 등을 훔치다 적발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일반 도심 매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화장품이나 속옷, 주얼리 등을 훔치는 경우가 자주 적발된다"고 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가 2006년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등에서 일어난 절도사건 937건을 분석한 결과 연령별로는 10대(38.6%)와 30, 40대(40.2%)가 가장 많았으며, 여성(46.8%)이 남성(42.6%)보다 조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상점 절도범들은 대부분 가방(73.9%)을 이용해 범행하는 특성을 보였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절도는 대부분 소액인 경우가 많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매장에서 없어지는 물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식료품(38.5%)이나 의류(26.2)로, 훔친 물건의 가격은 절반 이상이 10만원 이하(57.8%)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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