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지난달 27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마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라는 주제로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오후 8시쯤 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 안에서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구경해야 할 정도였다. 골목 끝자락에서 벨리댄스 공연이 펼쳐졌고 귀에 익은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와 흥겨웠다.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양쪽에 책상을 이어붙인 좌판과 그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물건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자! 전문작가가 정성껏 만든 목걸이 3천원부터 경매 들어갑니다!" 즉석 경매가 왁자지껄하게 한판 벌어졌다.
그 옆에는 '만원의 행복'(1만원 이하 중고 벼룩시장) 코너가 마련됐고 옷, 가방, 책, 아동용 완구 등 재활용품이 한가득 진열돼 있었다.
떡볶이, 감자떡, 보리빵, 샌드위치 등 다양한 먹을거리 중에서 핫도그를 잡아 든 김상현(44·중구 삼덕동)씨 부부는 "저녁 식사를 한 뒤 산책 삼아 나와 봤다"며 "아기자기해서 보기 좋다. 다음주엔 아이들 데리고 한 번 더 올 생각"이라고 전했다. 생선가게를 접은 한 시장 할머니(63)는 "시장은 장을 보든 보지 않든 사람 발길이 끊어지지 않아야 산다"고 반겼다.
야시장 한쪽에는 전문작가와 미술학원에 다니는 꼬마들이 그린 수채화 전시회 '나도(NADO) 갤러리' 가 열렸다.
미미시장(예술가 상인의 작품 판매)이라 이름붙인 코너에선 도자기나 나무로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 등 장신구와 화려한 색깔의 수제 넥타이가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즉석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곳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캐리커처를 구경하던 한 아이가 "화가 아저씨가 아버지를 20년은 젊게 그려주는 것 같다"고 하자 와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대구과학대 보석디자인과 이우열 교수가 연 '별따공방'에서는 이 교수의 딸 고은(21·한성대 시각디자인과)씨가 손님들의 옆에서 책갈피와 목걸이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손님들이 설명에 따라 펜치와 망치 등으로 구부리고 두드리자 잠시 뒤 20여㎝의 구리선은 별과 따오기 모양을 한 채 반짝이는 책갈피로 재탄생했다. 이씨는 "재미있는 행사인데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 학과 행사도 빠지고 참가했다"며 "특히 아이들이 금속을 망치로 두들겨 보며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방천시장의 야시장은 지난달 27일 막을 올려 이달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열린다. 행사를 기획한 경북대 건축학부 이정호 교수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날씨가 따뜻해지고, 야시장 소식이 좀 더 알려지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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