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르웬버거 중학교는 1950~60년까지만 해도 보스톤 지역의 긍지로 여겨질 만큼 좋은 학교였다. 그러나 학교 주변이 조금씩 빈민화되면서 학교도 함께 쇠퇴했다. 1984년에는 결국 성적이 지역의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으며, 교사들 사이에서 루니빈(정신병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결국 폐교 결정까지 내려졌으나, 보스톤 관료들이 학교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오닐을 교장으로 공모하고 학교 회생 작업에 들어갔다. 구원 투수로 들어간 오닐 교장은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열쇠가 읽기이며 그것이 바로 학교를 다시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임 첫해 '혼자 조용히 읽기'를 시작했다. 일과 마지막 10분 동안 교실에서 학생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SSR(Sustained Silent Reading)을 시작했다. 어떤 교사들은 그 시간에 차라리 청소를 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그 결과 시끌벅적하던 학교가 조용해지고, SSR시간에 읽던 책을 하굣길 버스 안에서 읽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그런 변화는 한 해가 지나지 않아 비판적이던 교사들을 모두 지지자로 만들었다.
다음해에는 책 읽어주기를 도입했다. 수업 시간 전 아침에 교사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가 10분 책 읽어 주기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책을 찾기 시작했으며 덩달아 책읽기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잠자던 의식도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SSR을 도입한 첫 해부터 읽기 성적이 향상되기 시작했으며 점점 점수가 올라 3년째는 읽기 부문에서 보스톤에 있는 중학교 가운데서 최고의 성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입학 희망 대기자 명단이 5쪽을 넘었다고 한다.
이 사례는 '하루 15분 책읽어 주기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학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는 비판적으로, 과학은 분석적으로 읽어내지 못하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수학조차도 복잡한 문제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학력 테스트에서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실시하는 학교가 그렇지 않는 학교에 비해 국어(응용) 3점, 산수(지식) 2.6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국가의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시도별로 기초학력 미달자 숫자를 공개하였으며, 내년에는 학교별로 숫자까지 공개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문제 풀이를 위해 아침독서 시간을 줄이거나 없앤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교육은 눈앞에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사고력 저하는 물론 인간성의 쇠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감소와 같은 독서의 정서적 기능은 논외로 하더라도 해마다 똑같은 숫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아침독서 시간을 빼앗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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