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대구, 융합 신산업 선점하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이어 전문 기업인 미쉐린은 121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 프랑스의 지방기업으로 출발해 타이어 산업 세계 최고수준의 글로벌 업체로 성장한 저력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혁신제품 출시(하이테크 기술 혁신), 기술제품인 타이어에 고객 친화적 캐릭터 도입(하이터치 마케팅 혁신), 타이어가 아닌 자동차 문화 판매(사업 도메인 혁신)의 '3차원 혁신'을 부단하게 추구한 것에 있다고 한다.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산업구조가 급변한 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들을 얼마나 빨리 창출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다. 한 때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우리 지역이 십수 년째 1인당 총생산(GRDP)이 전국 최저수준으로 급락한 지금, 타이어 제품 자체에 문화 등의 요소를 더한 미쉐린의 혁신적 변화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대구 경제발전의 중심업종이었던 섬유,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등도 이제는 단일기술 위주의 칸막이식 기술개발로 인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산업과 기술의 성장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융합기술 및 융합 신산업 창출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세계적으로 나노'IT 등 빠른 융합기술로 환경'에너지'생명과학'의학'재료 등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나가는 패러다임 변혁기에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는 우리 지역에서도 한 박자 빠른 컨버전스 에코시스템(융합 생태계)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 및 경영 컨설팅펌사인 딜로이트가 융합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융합 신산업 관련 시장은 지난 2008년 8조6천억달러에서 오는 2013년에는 20조달러, 2018년 61조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융합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은 기존의 제품 및 서비스의 창의적 재조합을 통해 신(新)시장 및 프리미엄 시장창출을 가능하게 하며, 기존 제조업을 비롯한 NT'BT'IT 등 단위기술을 창의적으로 재조합해 기술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속한 사업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동력이다.

다행히 대구경북은 융합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T산업 관련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에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일 시장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에 전면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TP와 같은 기업지원 기관이 할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 국책과 시책 그리고 기업이 요구하는 방향에 대한 연결 고리로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한 것처럼 산'학'연'관 네트워크 허브기관으로서 역할의 폭과 학문'기술'업종 간의 벽을 허물고 과학기술과 인문과학까지 포괄하는 통합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

둘째, 신산업육성을 위한 연계형 융합사업을 기획해야 한다. 사실 지역산업 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인데, 대규모 국가프로젝트를 기획해 다양한 국책사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미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로봇산업진흥원을 주요 축으로 모바일융합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사업 등의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통해 그 터전은 닦여있다. 뿐만 아니라 슈퍼섬유, 지능형자동차, U-헬스케어 등 이종산업간 융합을 통한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기반도 있다. 또 감성터치 핵심소재 및 하이터치 제품 개발을 위한 'IT융합 특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기반 강화사업(총 사업비 2천16억원)'과 '차세대 미디어기반 융합 콘텐츠 개발(총 사업비 1천890억원)'등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대형 국책사업 및 융합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철저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한다면 세계적인 융합신산업의 거점도시이자 메카가 될 희망이 보인다. 지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새롭게 비상(飛翔)할 대구를 기대해 본다. 기회는 융합신산업 시장 선점에 달려 있다.

이종섭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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