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 속의 무대와 객석, 옅은 조명이 켜지면서 밴드의 음악이 시작되고 가수 웅산이 노래를 하며 등장합니다. 여느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무대 세트나 현란한 댄서, 영상도 없고 무대 위에는 오로지 노래하는 웅산과 그의 밴드, 간간이 함께하는 또 다른 악기 연주자들뿐입니다. 그 가수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또는 그 가수의 노래를 대부분 알고 있어서 공연 내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아무리 신나는 음악에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콘서트인데 4일 열린 웅산의 윈디 스프링 콘서트는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던 주말에 기분 좋은 봄바람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아직도 웅산이라고 하면 그게 누구더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가수이지만 이날 그녀의 공연은 한 곡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요즘은 공연이 참 많습니다. 장르도 다양해졌고, 공연을 하는 단체나 개인도 많아졌습니다. 그 공연들 중에는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도, 공연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유명한 스타를 본 것에 만족해야 하거나, 공연 외적인 볼거리에 기분이 멍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인의 출연으로 인사차 공연 관람을 하는 경우도 있고, 떠맡다시피한 공연 티켓에 어쩔 수 없이 공연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웅산의 공연을 보면서 문득 공연 티켓값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공연을 더 저렴하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공연을 보는 데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비싼 티켓 가격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분명 가치 있는 공연을 볼 때는 그 값을 제대로 지불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연을 열심히 준비한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말입니다.
공연은 짧게는 수개월, 몇년 또는 길게는 그 아티스트의 인생이 그 공연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러한 공연에 몇만원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화려한 무대세트나 가수나 배우의 부족한 역량을 커버하기 위해 쓰여져야 하는 것들에 의해 티켓 가격이 상승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아티스트 역시 자신의 공연 가치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유료 공연뿐 아니라 전석 초대나 무료 공연으로 진행되는 공연 역시 그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시간의 가치를 분명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좋은 공연에 입장료를 요청하지 않으세요"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박 정 숙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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