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정해진 규칙에 의해 진행된다. 프로야구는 어느 스포츠보다 많은 규칙이 적용된다. 규칙을 담은 책자를 펴고 따져봐야 할 경우도 있다. 프로야구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은 아마 스트라이크존일 것이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따라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10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 화두다. 좌우로 공 반개 정도 넓어진 것이다. 이는 선수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한다. 지난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매너왕' 삼성 강봉규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항의하다 올 시즌 퇴장 1호의 불명예를 덮어쓴 것이 단적인 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야구의 전체 흐름을 바꾸는 요소다.
2003년 삼성의 이승엽이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기록을 세울 때는 '타고투저'가 대세였다. 타자들이 투수들을 압도한 것이다. 각 팀이 힘있는 외국인 타자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팀들이 좀 더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면서 타력보다는 투수력에 집중,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이 2005년, 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원동력은 투수력 덕분이었다. 올 시즌에도 각 팀은 투수력 보강에 온힘을 쏟았다. 팀당 2명의 외국인 선수 중 2명을 뺀 13명이 투수다. 우승권 전력의 바로미터가 투수력이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상당수 야구 팬들은 홈런, 안타가 많이 나오는 화끈한 공격 야구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2007년부터 적용된 스트라이크존 축소였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마운드에 눌렸던 공격력이 다시 상승곡선으로 돌아섰다. 대신 팀 평균자책점은 치솟았다. 중하위권 팀이 기록하던 3점대 평균자책점이 중상위권 팀의 평균자책점으로 위치 이동을 했다.
올해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은 아무래도 타자에게는 다소 불리해보인다. 타자가 몸쪽과 바깥쪽 공을 모두 잘 치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타자들은 한쪽을 노린다. 몸쪽을 선택하면 바깥쪽이나 변화구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바깥쪽을 노리면 빠른 볼과 변화구 공략은 가능해도 몸쪽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실정에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로 넓어지니 타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모든 투수에게 혜택이 가는 건 아니다. 관건은 제구력이다. 제구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넣기에 급급하다 보니 타자들이 놓칠 리 없다. 하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넓어진 존을 활용하면 그 위력은 배가될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던 송진우 선수의 사례다. 제구력이 좋은 송진우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한 대표적인 선수였다. 바깥쪽에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다음 공은 좀 더 빼 심판을 떠본다. 그 공 역시 스트라이크가 되면 이번엔 좀 더 바깥쪽으로 빼 본다. 미세한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제구력으로 심판의 눈까지 현혹시켰던 것이다. 올해 타자와 주심은 껄끄러운 만남이 많아질 것 같다. 어쨌든 규칙은 정해졌다. 타자는 당하지 않으려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는 등 새로운 공략법을 개발해야 한다. 투수 역시 수혜자가 되려면 제구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노력하는 자만이 웃는 게 스포츠다.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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