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마자 불청객…' 식당서 명함 돌리기 유권자 짜증

"지방선거 출마자들 때문에 밥 먹는 것도 힘드네요."

포항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P(43)씨는 며칠 전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두 차례나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악수를 해야했다. 6·2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이 연거푸 식당에 찾아와 손님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악수를 청했기 때문이다. P씨는 "식당마다 출마자들이 찾아와 명함을 돌리는 탓에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르겠다"며 "출마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밥 먹는 곳까지 쫓아와 유세를 하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자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발품을 팔고 있는 가운데 식당과 술집이 '표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어 얼굴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포항지역 경우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맨들이 많이 몰리는 해도, 상대, 청림, 연일, 오천지역과 공무원들이 밀집한 대이동 지역의 식당과 술집들이 출마자들의 주요 공략처로 꼽힌다. 출마자들은 점심시간은 물론 저녁 시간대에 맞춰 이 지역의 식당과 술집을 돌며 손님들에게 명함을 뿌리면서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의 식당가에서도 불쑥 등장한 예비후보들로 인해 웃지못할 해프닝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A(35)씨는 지난달 말 북구의 한 식당에서 회의를 겸한 회식을 하던 중 출마예정자가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분위기를 망쳤다고 했다. 그는 "출마 예정자가 시간이 없다며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 명함을 돌리고 악수하고 몇마디 얘기를 하고 가니 좌중이 썰렁해졌다"고 했다. 식사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깜짝 방문으로 대화가 끊기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아 손님들에게 짜증을 주는 경우다. 심지어 한 출마자가 명함을 돌리며 유세를 하고 간지 1분도 안 돼 또 다른 출마자가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다.

한 출마자는 "여러 면에서 제한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식당이나 술집처럼 좋은 표밭이 없다"며 "즐거운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유권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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