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소설 '우동 한 그릇'.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童話) 같은 이 소설은 주위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 세상엔 아직도 사람의 따뜻한 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불의의 사고로 가장을 잃고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세 모자가 섣달 그믐날 북해정이란 가게를 찾아간다. 돈이 없는 세 모자는 고작 100엔 정도 하는 우동을 한 그릇밖에 주문하지 못하지만, 이런 세 모자를 위해 주인은 따뜻한 난로 옆에 자리를 잡아주고 몰래 우동을 더 얹어준다. 이 같은 일은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 몇 해 이후로는 더 이상 북해정에서 세 모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인은 세 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섣달그믐날만 되면 예약석으로 남겨둔다. 몇 년이 지난 후 멋지게 성장한 두 청년이 어머니를 모시고 나타나 세 모자의 인생 최고의 사치인 우동 3인분을 주문한다. 그리고 북해정의 우동 한 그릇에 삶의 용기를 얻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우동 한 그릇'에 버금가는 동화와 같은 사연들이 숱하게 많다.
대구 동구 동촌, 방촌지역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의 모임인 '참사랑봉사단'. 이 모임의 전신은 2002년에 발족한 '중화번영회'였다. 중국 음식점을 경영하는 대표들의 친목 단체로 출발해 회원 상호 간의 친분과 정을 쌓아가면서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무엇인가 보람되고 뜻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자신들이 가진 자장면 만드는 기술로 봉사를 한번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해서 2007년 2월 21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참사랑봉사단'이 출범하게 됐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한 중국음식점 사장은 "나도 먹고살기 바쁜데 도와줄 게 어디 있나"라면서 핀잔을 줬고 또 어떤 사장은 "그럴 시간 있으면 장사하는데 신경 더 쓰겠다"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한번 두번 봉사에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봉사의 참 의미와 보람을 알고부터는 회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7년 4월 동구 입석동에 있는 동촌사회복지관으로 첫 봉사를 가던 날을 회원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밀가루 반죽 3포, 볶은 자장 소스 350인분, 가스 1통, 국수 기계 1대, 대형 솥 2개 등등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봉사단은 복지관으로 향했다. 이날 봉사에 참가한 회원들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음식을 해드린다는 심정으로 정성껏 자장면 한 그릇씩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자장면을 맛있게 먹으면서 "고맙고 장하다"하며 손을 잡아주는 할아버지, "동네 중국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할머니들의 말을 듣고 회원 모두가 마음이 뿌듯했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봉사를 통해 회원들은 주는 행복도 얼마나 큰지 서서히 깨달았다. 2007년 10월엔 동구 동촌강변둔치에서 250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행사를 가졌고 2008년 3월 동구안심복지관 자장면 급식(약 450명), 2008년 5월 입석동 르네상스회관 어르신초청 자장면 무료급식(약 300명), 2008년 10월 동구 검사동 경로당 자장면 급식(약 300명) 행사를 가졌다. 그해 연말에는 저소득 가정에 라면 30상자를 전달하기도 했다.
2009년 3월 검사동 제2경로당 자장면 무료급식(300명), 2009년 4월 동촌사회복지관 자장면 무료급식(500명), 2009년 5월 황금동 황금복지관 급식지원(약 800명) 등의 행사도 가졌다. 지난해 연말에는 저소득 가정에 연탄 1천500장을 전달했다.
김종욱 참사랑봉사단 총무는 "복지관 및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자장면을 대접하고 저소득 가정에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는 참사랑봉사단 회원 모두가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사랑을 나누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비록 작은 봉사이지만 어두운 세상에 작은 촛불 하나를 밝힌다는 마음으로 회원 모두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참사랑봉사단은 더욱 열심히 활동해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대현 사회2부장 sky@msnet.co.kr
##참사랑봉사단 회원 명단
상호 성명
소림사 최재돈(회장)
24시해장국 김천규
홍콩반점 김종욱(총무)
옛날손짜장 배충호
만다린 강태식
동해반점 이상군
신용반점 안상철
태동반점 최진석
대복성 권기학
동촌홍 전광수
자금성 박영출
경화루 이성수
장동각 최재용
흑룡강성 이상정
가마솥 김동근
중국성 김국신
왕서방 임형식
신홍콩 신정희
아리산 최재수
지존각(해금성) 김현민
황금용 이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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