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능지처참

티모시 브룩 외 지음 박소현 옮김/너머북스 펴냄

1904년 베이징의 광장에서 한 대가족을 살해한 왕 웨이친이 수많은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인 채 처형됐다. 그는 '능지'라 불린 극형으로 처형된 마지막 사형수였다. 서구인들이 '천번을 절개해서 죽임', 혹은 '살을 저며서 죽임'이라고 부른 이 형벌은 전근대 중국에서 최악의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사용됐다. 왕 웨이친의 처형은 20세기 초 능지형이 폐지되기 직전 거의 마지막으로 집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절묘하게도 그 끔찍한 장면이 서구인들에 의해 사진으로 촬영됐다. 사진은 서구 사회를 떠돌면서 '중국적 잔혹성' '동양적 야만성'을 상징하는 기호로 다시 재생산됐다.

'능지처참'은 10세기부터 능지형이 폐지된 1905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문과 처형의 역사, 이미지, 그리고 그 법률적 맥락을 추적한 책이다. 책은 천년의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처형, 즉 반역죄나 부친살해죄 같은 중죄를 처벌하는 능지라는 절단형을 탐구한다.

책은 능지형이 본래 문화적으로 '중국적'이라는 관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중국의 오랜 법률 전통 내에서 행해진 형법상의 고문을 중국 내부와 외부 양면에서 바라본다. 책 전반부는 중국 형벌의 역사를 다루고, 후반부는 중국의 처형에 대한 서구의 집착을 실었다. 500쪽, 2만3천원.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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