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라고 다 같은 중국인이 아닙니다. 중국 전통 소설이나 역사책을 보면 의리나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중국인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주인공 대부분이 성격이 호방하고 대국적이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우정은 변하지만 이익은 영원하다'는 식의 손익계산에 능한 장사꾼 이미지의 중국인이 있습니다. 꼼꼼하고 세밀하며, 철저하게 계산적인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모두 옳은 이야기입니다. 따지자면 전자는 북중국인의 성격적 특징이고, 후자는 남중국인의 성격적 특징입니다. 북중국인은 명분이 있으면 움직이고, 남중국인은 이익이 있으면 움직인다고 합니다.
오우런(歐人)이 엮은 『성격지도(性格地圖)』(鄭州大學校出版社)를 보면 지역별 중국인의 특색이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라가 넓은 만큼 지방색도 다양하고, 사람의 성격도 각양각색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내용들입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이 나타났을 때 중국의 각 지방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은이 오우런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징 사람들은 외계인을 보자 말자 성이 자(資)씨냐 사(社)씨냐를 묻는 답니다. 즉 정치적으로 자본주의자냐 사회주의자냐를 따진다는 것입니다. 동북지방 사람들은 분명히 '무엇을 때려 부수려고 왔느냐'고 묻는답니다. 동기를 중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상하이 사람들은 외계인을 잡아다가 전람회에 전시해서 돈벌이에 활용할 것이랍니다.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광동인은 외계인에게 적당하게 양념을 한 뒤 불에 올려 요리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먹을 것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책은 중국인들의 성격을 19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 장에는 베이징인들의 성격을 적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가 보지 않고는 자기 관직이 낮은 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베이징은 정치의 중심 도시입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정보, 교육, 의료를 비롯한 모든 혜택과 권력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베이징 사람들은 강한 우월감-일종의 '중심성''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과장과 허풍이 심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한 예로 베이징시장의 아들과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도 "고관대작의 자제와 식사를 같이 하는 사이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몽땅 해결해주겠다"고 큰소리치는 경우입니다. 실제 베이징 사람들을 만나면 "뭐든 말만 하라. 몽땅 책임진다"고 호기 부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상하이 사람들은 소심하고 계산에 밝습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이익을 경시하고 의리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상하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상하이의 여자들은 대단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을 새벽 시장에 보내 채소를 사오게 하고는 사온 물건의 가격과 무게를 일일이 따집니다. 채소 잎이 말랐다는 둥, 무게가 모자란다는 둥, 가격이 비싸다는 둥 덤으로 하나 더 챙기지 못했다는 둥 잔소리 폭탄을 날립니다.
여자들 가운데는 후베이(湖北)지방의 여자가 최고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외모가 뛰어나고 가정에서도 효성이 지극합니다. 여차하면 남자에게도 손찌검을 하는 북방의 여인들과 달리 집안 일도 잘하고 온순합니다. 뿐만 아니라 논밭일도 기본적으로 여자가 할 정도로 강한 생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님이 올 경우에도 그 예가 극진하다고 합니다. 좋은 음식 준비는 물론이고 예를 다하여 남편의 체면을 세워준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각 지역별 사람들의 특색을 일화를 곁들여서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외지인을 보면 무조건 '아래 것'이라고 치부하는 베이징 사람들이나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상하이 사람들, 그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허영과 치부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분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전략 면에서 반드시 읽기를 권합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