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태흥의 책과 예술] 『북위 50도 예술 여행』 문화우리

승효상'이옥상'이윤기 글'사진/안그라픽스 펴냄/1만 6천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비애라거나 희망사항 같은 것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젊은 날의 열정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젊은 날의 화두였던 사람에 대한 예의는 언제나 함께라는 실천을 갖는 것이고 해서 6년 남짓한 시간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무실 식구들의 급여 일자를 단 하루도 어기지 않겠다는 약속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가장 큰 유혹으로 다가들었다. 이래저래 빚을 내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약속인가를 놓고 괴로워했다. 그럴 때마다 늘 힘이 되어준 것은 여행이었다. 아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인도 아우랑가바드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하는 18시간 내내 생면부지의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던 청년과 티베트의 조캉사원 앞에서 그저 세상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오체투지로 십만배를 올리고 있다는 노인, 그리고 가족을 위해 옥수수를 가득 담은 걸망을 지고 하염없이 걸어가던 모녀와 캄보디아의 호수에서 배를 밀어주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여행자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소녀는 가난이 결코 마음을 병들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가지려는 욕심에 진저리를 칠 때마다 그들을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젊은 날의 열정을 믿기 때문이다. 해서 여행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채워주는 시간이다.

『북위 50도 예술 여행』은 쉽게 쓰지 않은 여행 책이지만 읽기 힘든 책은 아니다. 더구나 '주류의 가장자리에 꽃핀 문명을 가다'라는 부제를 달고 시베리아와 북유럽 여행의 기록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지만 "부수지 않고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기치로 무분별하게 조성되는 대도시의 도시공간과 도시문화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는 단체"라는 가 기획하고 주관한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책의 서두에 소개된 건축가 승효상, 화가 임옥상, 소설가 이윤기와 더불어 21인의 여행자들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의 일선에서 뚜렷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거나 아니면 사람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시선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이 함께한 여행의 기록들은 이 책의 부제처럼 주류의 시선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치 없는 것은 켤코 아니다. 특히 10명이 넘는 하인을 데리고 200여명의 농노를 거느리고 살면서 신발조차 직접 벗지 않았던 톨스토이에 대해 향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윤기씨의 대문호에 대한 평가는 세간의 평가와 분명 다르긴 하지만 의미가 있다. 생각과 실천은 현상과 본질만큼이나 그 차이가 큰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던 러시아 혁명을 만나게 되고 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꽃처럼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비록 그들이 추구했던 세상이 실패로 끝났다 할지라도 그들의 꿈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봄날의 망상일지 모르지만 이 여행의 끝이 인간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도시, 코펜하겐이라는 지점은 보다 의미심장하다.

여행작가'㈜미래티엔씨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