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통곡하는 모세/박춘식 시집/연인 M&B 펴냄

절대자를 갈구하는 한 시인의 고백

시인들은 어떤 사람일까. '끼니' 걱정 외에 어떤 걱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인지도 모른다. 시인 박춘식은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화살의 정지 상태를 생각하는 사람이 시인이다'고 말한다. 둥근 달을 보면서, 그 둥근 달빛의 안내를 받아 먼 길을 떠났을 나그네의 서글픔을 생각할 수 있다면 시인일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근거해 시를 써온 박춘식 시인은 이번에도 신앙심으로 가득한 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신앙은 절대자에 대한 끝없는 믿음의 고백 혹은 기도 행위라기보다는 절대자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절대자의 비호를 갈구하는 사람의 현실적 아픔과 눈물을 그리고 있다.

통곡하는 모세에게 큰절 올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시나이 산을 내려가는데/ 어린 당나귀 네 마리가 올라온다/ 물통 과자 기념품 또 물통/ 가득가득 등에 둘러업고/ 네 마리 줄줄이 묶여서 헉헉거린다/-중략-/ 앳된 당나귀 얼굴 가까이 눈을 맞대고/ 아침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밥 먹다가 다급히 올라온다는/ 순박한 눈동자의 껌벅거림을 보는 순간/ 나는 울음을 쏟았다 -시나이 산 당나귀- 중에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기독교 신앙과 더불어 시간과 공간,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시어에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솔직하면서도 진솔한 사랑이 묻어 있다. 이번 시집에 등장하는 언어들이 대단히 절제되고 정제돼 있음에도 직설적인 호소처럼 읽히는 것은 아마도 시인의 오래 묵은 염원과 상처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웃고 있다' '푸르다'고 말하는 데도, 그 행간에는 먹구름이 끼어있고 눈물이 고인 듯하다. 119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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