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동물들의 생존게임 / 마르쿠스 베네만 지음/유영미 옮김/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오징어는 꽃게를 과연 어떻게 잡아먹을까?

전갈을 먹어 치우는 군대개미는 개미굴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물고 늘어진다. 이것을 아는 침팬지는 작은 풀줄기를 개미굴 속에 넣어 끄집어내 먹는다.
전갈을 먹어 치우는 군대개미는 개미굴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물고 늘어진다. 이것을 아는 침팬지는 작은 풀줄기를 개미굴 속에 넣어 끄집어내 먹는다.

인간은 동물들의 사냥과 도망, 은폐를 본능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 '동물들의 생존게임'은 '동물들의 먹고 먹히는 과정에는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는 지능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생존 경쟁을 보면 단지 강한 개체가 약한 개체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한 개체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군대 개미 각 개체는 약하지만 뛰어난 협공 능력으로 막강한 전갈을 먹어치운다. 때때로 군대 개미는 인간에게까지 위험하다. 그러나 개미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물고 늘어진다는 것을 아는 침팬지는 작은 풀줄기로 그것들을 굴속에서 끄집어 내 먹는다.

솔개는 산불이 난 현장을 발견하면 그 속으로 뛰어들어 아직 불길이 이글거리는 나뭇가지를 집어든 후 마른 풀 위로 떨어뜨린다. 불길이 솟고 이에 놀란 주머니쥐, 도마뱀, 메뚜기가 우왕좌왕 설치면 재빨리 다가가 낚아채는 것이다.

꽃게의 집게 다리는 오징어에게 위험천만하다. 그러나 오징어는 이른바 '최면요법'으로 꽃게를 포획한다. 몸 색깔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점을 활용해 꽃게 앞에서 몽환적인 빛을 이리저리 비추고, 꽃게가 환각 상태에 빠지면 잡아먹는다.

북방족제비는 미친 척해서 토끼를 잡아먹는다. 족제비는 토끼만큼 빠르지 않다. 토끼는 족제비가 자신보다 늦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까지 다가와도 경계하지 않는다. 족제비는 이 점을 이용해 토끼 앞에서 미친 척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발을 구르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정신없이 뛰고 돌고, 도약하며 춤을 추는 것이다. 어느새 토끼는 족제비가 추는 '미친 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목에 강한 통증을 느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족제비가 자신의 목덜미를 물고 있는 것이다. 토끼는 자신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먹이가 되고, 족제비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포획자가 되는 것이다.

지은이 베네만은 동물들의 행동은 본능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행동과 흡사한 면이 많다고 말한다. 동물들이 공격하고, 방어하고, 포획하고, 속이고, 상처를 입히는 모습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동물의 생존 투쟁을 보며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의 생존 방식을 보여주는데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은이 마르쿠스 베네만은 영문학자이자 역사학자이며 생물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랐는데 이때 잠수를 즐기고 자연에 열광했다. 현재 동물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미지의 법칙을 탐구하는 중이다. 344쪽, 1만4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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