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언청이' 장애 겪는 홍현석씨

"정상 얼굴만 찾는다면…성공해서 꼭 보답"

홍현석(가명·고1)군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홍군은 언청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지금껏 5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치아가 맞물리지 않고, 입천장이 없으며, 입술과 잇몸이 붙어 있어 앞으로도 많은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홍현석(가명·고1)군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홍군은 언청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지금껏 5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치아가 맞물리지 않고, 입천장이 없으며, 입술과 잇몸이 붙어 있어 앞으로도 많은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홍현석(가명·고1)군은 큰 눈망울과 높게 뻗은 콧날 등 훤칠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석이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여느 아이와는 다르다. 흔히 '언청이'라고 부르는 구순구개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겉모습으로 봐선 크게 표가 나진 않았지만 윗입술 가운데가 갈라져 얼굴이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40대 중반에 낳은 귀한 아들

"엄마 없이 키운것도 미안한데, 무슨 수를 쓰든 수술만큼은 꼭 받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현석이 아버지 홍태섭(가명·61·달서구 송현동)씨는 동사무소와 동네 사회복지관 등을 통해 도움을 수소문했다. 2천만원이 넘어서는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현석이는 현재 윗입술이 잇몸과 분리되지 않아 붙어있고, 모양도 일그러졌다. 윗니는 입천장 한가운데 제멋대로 나 있다. 보통 일반인들에 비해 위쪽 치아가 1㎝가량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치열은 지그재그로 엉망진창이다. 이 때문에 목소리는 갈라지고, 발음도 불분명했다. 음식물을 씹는 것도 힘들어 양쪽 어금니로 겨우 씹어 삼키는 정도다.

홍씨가 현석이를 낳은 것은 40대 중반의 나이였다. 그는 "남들에 비해 결혼을 늦었고 아이도 늦게 생겼다"며 "40대 중반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 언청이 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한동안은 믿기 힘들었다"고 했다.

현석이가 첫 수술을 받던 날은 아직도 아버지의 가슴속에 날카로운 상처로 남아있었다. 홍씨는 "여느 아이들 같으면 백일잔치를 치렀겠지만 현석이는 백일날 첫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며 "아직 핏덩이 같은 아이를 수술실에 들여보내놓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후로도 현석이는 1, 2년에 한차례씩 모두 4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목구멍이 비정상적으로 넓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마지막으로 수술을 받은 것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어린 아들을 떼어놓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일해 번 돈은 현석이의 수술비로 다 털어넣어야 했다.

◆홀로 키워온 힘들었던 삶

현석이는 아버지와 단 둘이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어머니는 현석이가 5살 되던 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홍씨는 현석이를 홀로 키웠다. 그는 "몇 차례 재혼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어린 현석이가 상처를 받을까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나이 많은 아버지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시 50이 가까운 나이에도 용접공으로 일하며 일거리만 있으면 전국 여기저기를 다녀야 했던 홍씨는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안동, 청도 등지로 일을 가면 걱정이 돼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데리러 갈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여서 늘 어린이집 선생님께 독촉 전화를 받아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도 현석이는 별 말썽없이 잘 커줬다.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는 아이였지만 성격이 워낙 좋아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홍씨는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모습이 이상해도 놀리고 왕따시키기 일쑤라는데, 현석이는 지금껏 그런 문제 없이 잘 지내줘 정말 기특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많은 아버지와 갓 고등학교 입학한 아들. 부자가 단 둘이 사는 집이라 썰렁하고 서먹한 기운이 감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두 부자의 사이에서는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홍씨는 "붙임성이 좋아 학교에 갔다 돌아오면 친구들 이야기도 곧잘 털어놓는다"며 사랑스런 눈길로 아들을 바라봤다.

◆치료만은 받게 해주고파

현재 현석이는 치아 교정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홍씨는 "치아교정비도 마련할 길이 없어 미루고만 있었는데 동생이 돈을 빌려줘 겨우 해결했다"며 "동생 역시 일을 하다 다쳐 지체 장애인인 처지라 생활이 어렵지만 어린 조카의 장래가 더 소중하다며 산업재해 보험료로 받은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많은 수술을 받았지만 현석이는 앞으로도 가야 할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입천장에 난 치아를 뽑아내고, 치열을 고르게 만든 후에는 턱수술을 해야 한다. 아무리 교정을 통해 밀어내도 1㎝ 이상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있는 윗니를 아랫니와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위턱은 당겨내고 아래턱을 밀어넣어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성형수술도 받아야 한다. 윗입몸과 달라붙어 형체가 없는 입술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것.

홍씨는 "병원에서는 턱수술비만 2천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하고 그 후에는 성형수술도 해야한다고 한다"며 "이제 환갑이 넘어 일용직 근로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사정이지만 아들만큼은 어떻게든 수술을 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현석이 역시 앞으로가 걱정인 모양이다. 현석이는 "지금까지는 별 불편함 없이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군대도 가고 직장생활도 해야 할텐데 걱정"이라며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지만 꼭 성공해 사회에 많은 도움을 베풀고 살겠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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