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스타기업인 한약 제조·유통 업체 ㈜옴니허브가 최근 라오스에 30만㎡의 땅을 구입했다. 그 땅에 한약재를 심어 재배한 뒤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중소기업이 머나먼 이국땅까지 날아가서 한약재를 재배한다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까?
이유는 안전하고 건강한 한약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한약재는 모두 540여종이다. 이중 30여종의 남방약재는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약재. 우리나라의 인삼과 비견되는 사인(砂仁)을 비롯해 강황, 아출, 울금, 석곡, 초과, 초두구, 계혈등, 고량강 등 한약재로 많이 사용되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약재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 남방약재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해왔다.
허담 옴니허브 대표는 "남방약재를 수입해왔던 중국의 약재가격이 비싸진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다. 중국 수입품들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진품인지 유사품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고 했다.
허 대표는 2003년부터 라오스 등 남방약재들이 생산되는 동남아시아 일대를 누볐다. 안전하고 질 좋은 남방약재를 공급받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아예 그 나라 땅에 직접 약재를 심고 재배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힘과 돈은 더 들겠지만 가장 고품질의 건강 약재를 공급받는 방법은 현지에 법인을 세워 재배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어요. 사실 국내에 이런 기업은 아마 처음일 겁니다."
지난달 말 허 대표는 라오스 농림부 산하 정부기관인 남부농림연구소와 연구소 부지에 30만㎡에 대한 30년간 사용권 획득 및 사인(砂仁) 등 남방약재 종묘 생산기지 계약을 체결했다. 땅값을 치른 것은 아니지만 7년간 이 땅을 얻기 위한 노력과 남방약재 재배를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톡톡히 땅값이 든 셈이다.
허 대표는 "이 땅에서 연간 300t 이상의 남방약재를 재배 및 생산해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채 남방약재를 사용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걱정이 사라지게 됐어요. 또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중국약재 수입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격 안정화도 이룰 수 있게 됐어요."
'수익을 얼마나 낼 것인가'보다 '얼마나 필요한 약재인가'를 생각한다는 지역 스타기업 덕에 고품질 남방약재가 안정적으로 국내에 상륙하게 됐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1.옴니허브는 동남아시아 라오스에 30만㎡의 땅을 구입했다. 그 땅에 한약재를 심어 재배한 뒤 국내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2.라오스, 태국,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사인(砂仁)은 체하여 명치와 배가 아프고 그득할 때, 게우거나 설사, 이질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한약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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