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의료산업에 길을 묻다

10년 동안 의료의 산업화를 놓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료를 전통적 개념인 '복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산업'으로 볼 것인가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의료산업화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산업은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의료산업을 먹을거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대구는 트렌드를 잘 파악해 전략을 짜야겠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변화의 핵심은 이렇다.

첫째, 의료소비자의 대이동이다. 동아시아가 의료관광(해외환자 유치)의 격전지로 바뀌었다. 싱가포르, 태국의 뒤를 이어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뒤따르고 있다. 태국은 의료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지지만 범룽라드, 방콕, 사미티벳처럼 의료관광에 집중하는 병원들은 선진국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일본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상하이의료특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고베의료산업도시를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둘째, 투자개방이다. 국내에도 머지않아 병원에 대한 민간자본의 투자가 허용되고, MSO(병원경영지원회사)와 민영보험은 국내 의료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병원의 규모화 및 전문화 경쟁이다. 국내 빅5 병원을 중심으로 몸집 키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 의료전문 컨설팅 기업인 삼정KPMG는 병상 수 1천 개 이상 병원 중 중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곳은 5곳 미만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째, 진료에서 시공의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도 KTX가 지방 환자의 서울 유출을 가속화해 빅4 병원의 지방 환자 구성비가 50% 안팎에 이른다. 앞으론 u-헬스가 국제적인 원격진료까지 가능한 시대를 열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의 정부와 글로벌기업, 의료기관들은 u-헬스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다섯째, 융합의료산업의 등장이다. 의료산업은 병원, 제약, 의료기기의 영역을 넘어 바이오는 물론이고 화장품, IT, 금융, 건축 등의 산업들이 HT(Health Technology)로 융합되는 방식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여기엔 병원을 중심으로 관련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과 바이오시밀러를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삼성처럼 그룹사 차원에서 의료복합기업으로 키워가는 방식이 의료산업 융합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과 메디시티 육성에 뛰어든 대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의료단지 조성사업은 대구와 충북 오송 2곳에 30년간 5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데, 이 중 정부 지원금은 2조 원이다. 즉 30년 동안 1개 단지에 대한 1조 원의 정부 지원이 고작이다. 이 정도 규모는 단지 선정 경쟁에서 탈락한 뒤 독자 추진에 나선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강원 등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의료단지는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대구의 현실은 국내경쟁에서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싱가포르의 SSP (Singapore Science Project)에는 약 18조 원이 투입된다. 의료단지가 성공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병원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R&D와 생산기능을 유치해야 한다. 또 국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정주여건과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후발주자가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특정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메디시티 사업은 대구의 의료서비스를 향상시켜 환자의 유출을 방지하고 의료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대구는 의과대(대학병원) 수와 풍부한 의료 인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의료정보가 넘쳐나고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 의료 환경에서 차별화된 의료기술과 감동의 서비스가 없다면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대구' 하면 떠오를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365일 24시간 전문의 진료가능 병원, 한 곳에서 진료와 검사'수술까지 받을 수 있는 원스톱진료 및 협진이 이뤄지는 병원이라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메디시티인증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김교영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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