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인철(31·남구 이천동)씨는 이달 초 잠자고 있던 '장롱 여권'을 다시 꺼냈다. 지난해 포기한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해 일본 여행 티켓까지 사 놨다가 신종플루 탓에 20만원의 위약금까지 물고 취소했다"며 "연말 성과금도 200% 나왔고 질병 염려도 없어 여행 계획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진영(33·여·북구 태전동)씨는 작년에 못다한 '효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부모님 환갑을 맞아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려 했지만 신종플루 때문에 미뤄 놓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지난달 부모님의 여권을 발급 받았고 여행용 가방도 장만해 드렸다"고 했다.
올 들어 해외 여행객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플루가 한풀 꺾인데다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여권 발급 건수가 신종플루 이전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썰렁하던 대구국제공항도 2년만에 동남아 전세기 취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국자는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나 1천2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광 목적의 출국자가 57% 증가, 8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모두투어 이희남 과장은 "지난해 말부터 감소세를 이어가던 여행사들의 예약률이 상승세로 돌아서 3월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비성수기인데도 신종플루 공포가 사라지고 있고 대체 휴무 제도 등 정부 차원의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행사마다 해외 여행객 발길이 줄을 이으면서 대구국제공항의 동남아 전세기 취항도 2008년 이후 2년만에 재개된다. 이달 16일부터 5월 23일까지 중국 장사, 대만, 홍콩 등 3개 노선에 비정기 전세기 28편이 운항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항공기 예약률이 절반을 밑돌았지만 지금은 비행기 좌석을 꽉꽉 채우고 있으며 전세기 예약률도 90%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여권 발급 창구도 연일 북새통이다. 월별 여권 발급 현황에 따르면 신종플루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9월 5천115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 1만3천건, 지난 3월 1만4천707건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해약 문의도 종종 이어지고 있다.
여행업계 측은 "연수, 해외 출장 등 해외로 나갈 계획을 잡아놨던 몇몇 경북의 지자체에서 천안함 사고가 나자 일정을 연기하거나 해약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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