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의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 경쟁이 뜨겁다. 2007년 경기도 여주에 신세계 첼시가 '프리미엄 아울렛'을 처음 개점한 이후 명품 브랜드 등으로 무장해 프리미엄 아울렛이라는 이름을 내건 쇼핑시설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인 것. 내년 3월에는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전국 각지에 출점을 서두르고 있다. 백화점들은 왜 프리미엄 아울렛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가?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 현황
국내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미국 아울렛 시장 1위 기업인 첼시 프로터티 그룹과 50대50 합작을 통해 2007년 6월 여주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선보였다. 롯데는 2008년 10월 광주(서구 풍암동 월드컵경기장)에 프리미엄 아울렛 월드점을 개점한 이후 2008년 12월 경남 김해에 2호점을 열었다.
조만간 롯데와 신세계는 경기도 파주와 부산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신세계첼시의 경우 2호점인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올해 12월 개점하고, 3호점은 롯데 김해아울렛과 가까운 부산 기장에 내년 하반기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롯데 역시 내년 6월 개장을 목표로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신세계 여주아울렛과 멀지 않은 경기 용인 등에 아울렛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그 외에도 내년 대구 봉무점을 비롯해 부여, 대전, 부산진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며, 2012년에는 제주 서귀포와 춘천 등지에도 아울렛 출점을 검토중이다. 구미, 울산 등지에는 도심형 아울렛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전쟁에서 한 발 뒤진 백화점업계 빅 3중 하나인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아울렛 경쟁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며 "현재 전국 몇 곳의 부지를 물색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왜 프리미엄 아울렛인가?
백화점 업체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도심에 쇼핑공간이 들어설 만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웬만한 대도시는 백화점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것.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백화점 업종이 성숙기를 지나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각종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며 "새로운 업태로의 전환은 기업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주나 유럽에서 새 업태의 모델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쇼핑문화가 점차 가족들의 여가와 병행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프리미엄 아울렛의 강세에 한몫을 했다.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형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교외형 아울렛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바로 '명품의 대중화'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명품이 대중화하고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백화점과 각 수입업체들에서는 입점한 명품 브랜드의 이월물량을 처리할 통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특히 명품이나 매스티지급 수입 제품의 경우 중산층 이상의 계층을 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불황에 심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아울렛이라는 매장 형태 역시 불황에 강한 특성이 있어 백화점 업체들 입장에서는 위험분산 효과까지 가진다.
◆갈 길 먼 프리미엄 아울렛
프리미엄 아울렛 출점 경쟁이 치열하지만 프리미엄 아울렛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괜찮은 명품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것.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경우 구찌와 페레가모 등 몇몇 명품 브랜드를 갖추고는 있지만 에르메스나 루이뷔통, 샤넬, 디올, 프라다, 펜디 등의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더욱 열악하다. 버버리와 듀퐁, 아이그너 등의 매스티지급 브랜드가 고작 '프리미엄'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량 확보가 힘들다는 것도 프리미엄 아울렛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고급 브랜드의 경우 제품을 파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월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월상품 내놓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상당부분이 1년에 2차례 열리는 백화점 명품 정기세일을 통해 소진돼 아울렛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많지 않은 것. 또 일부 브랜드에서는 개런티(보증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구매할 때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롯데 백화점은 내년 3월 대구 이시아폴리스에 문을 열 롯데라이프스타일센터를 기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시아폴리스에 입점예정인 프리미엄 아울렛은 미국의 야외형 쇼핑몰인 '그로브몰'을 모델로 꾸며질 예정"이라며 "넓은 광장과 위락시설을 한데 갖춘 개방형 쇼핑몰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라이프스타일센터 형식의 매장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브몰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2002년 문을 연 야외형 쇼핑몰로 미국내 쇼핑시설 가운데 연간 방문객 수가 1천700만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센터로 손꼽힌다.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공간과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인 것. 롯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브랜드와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점할 점포는 일반 매장과 아울렛을 함께 입점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