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생존 장병 57명이 있어야 할 자리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침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참사 발생 13일째 만에 이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나온 것은 참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생존자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참사 직후 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군의 생존자 격리 조치에 실종자 가족들이 반발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부득이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비극의 순간을 되풀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46명의 동료를 잃은 천안함 장병들의 입장에서는 살아있다는 자체가 더욱 죄스럽고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런 마음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식과 남편,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은 실종자 가족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면 증언 자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57명의 생존자들이 환자복 차림으로 생방송 현장에 나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차치하고라도 특수하고 제한된 상황에서 겪었던 일들을 단 한 차례의 회견으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기는 애초 불가능하다. 이들의 증언이 원인 규명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겠지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면밀하고 과학적으로 조사해 발표해야 할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우리가 적당히 원인 조사해 발표하면 죄지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철저한 원인 규명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생존 장병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국가 수호의 최전선인 바다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최원일 함장은 회견에서 "답답한 심정이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생존자에게 천안함 침몰에 대한 과도한 감정이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이들이 하루속히 심적 고통을 털어내고 본연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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