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은 아직 일본기업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일본의 10개 전자업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경이적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일시적 성공에 만족해 긴장을 풀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결과를 도요타 자동차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삼성전자만 아니라 우리경제 전체가 공유해야 할 문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실'을 설치하고 일본 언론은 "한국을 배우자"며 '한국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기에 도취돼서는 안 된다. 많이 좁혀졌다고 하지만 우리 경제력은 아직도 일본에 한참 뒤진다. 1965년 한일 교역 개시 이후 우리는 대일 무역흑자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의 무역흑자(410억 달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고 하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276억 5천7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여 일본에 갖다 바친 꼴이다.

일본에 주눅 들 필요도 없지만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착각도 금물이다.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배울 것보다 우리가 일본에 배울 것이 훨씬 더 많다. 일본의 한국 칭찬은 '한국 경계경보'로 읽어야 한다. 향후 세계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견제가 더 치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회장의 발언은 우리 경제 주체 모두가 새겨야 할 금언(金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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