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후보 공천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의 대결은 없었다. 공천 경쟁이 시작되기 전 김범일 대구시장은 중도 친이, 김관용 경북지사는 친박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는 친박의 후보가 도전을 할 것이고 경북에서는 친이 성향의 도전자가 김 지사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김 시장은 일찌감치 재공천 분위기였고, 김 지사도 4년 전과 달리 경선을 치르지 않고 수월하게 공천을 받게 됐다. 대결다운 대결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기대한 것인지, 예측한 것인지 몰라도 김 시장은 친박 진영에, 김 지사는 친이 진영에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시장은 지난달 19일 후보등록 서류 제출과 함께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미래의 권력 창출에 무게를 실으며 박 전 대표를 향한 '구애' 신호를 보냈고, 김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말을 넣어 친이 진영에 고개 숙였다.
물론 초반 신경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4년 전에 김 시장과 대결을 벌였던 서상기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이 다시 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친박 진영 내부의 비협조로 정면 대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세대결을 벌이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며 무리해서 김 시장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 의원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서 의원이 갖고 있는 국회의원 의석 하나가 친이 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풀이다. 의석 하나가 아쉬운 친박 진영으로서는 서 의원의 한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경북에서도 싱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구보다는 뜨거웠지만 4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탐색전 정도였다. 본격 공방은 없었다. 김 지사 진영에서 철저하게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측이 걸어오는 싸움을 외면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친이와 친박 진영의 싸움으로 번지지 않은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였다.
김 지사는 재임 기간 내내 친박이라는 색채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친박 진영에서 의심의 눈길을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구미 출신으로 태생적으로 친박일 수밖에 없는 김 지사에게 친박 진영은 노골적인 지원을 보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친이 진영에서도 나타났다. 포항 출신으로 태생적 친이계인 정 전 원장을 지원하는 친이 진영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2월 20일에 있었던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도 지역에서는 친이 진영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마저 '김관용 경북지사가 일을 잘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공천이 친이-친박 대결을 벌일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순리'를 택함으로써 되레 친이-친박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친이-친박의 갈등이 지역을 위해 도움될 게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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