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동대구역 대합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이 삼삼오오 대형 TV앞에 모여들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려 TV앞에 모인 것.
민·군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내용 발표에 이어 환자복 차림의 생존 장병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먼저 최원일 천안함 함장(중령)이 "실종 장병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고 복귀 신고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TV앞을 지켰던 시민들은 이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짜인 각본처럼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이었다'는 것.
휴학생 김모(27·수성구 범물동)씨는 "생존자 3분의 2 이상이 간부라고 하지만 이른바 이들만 입을 여는 점, 침몰 원인에 대해서도 함구하는 점, 급박한 대피상황에서 간부들의 차분한 지휘아래 신속하게 대피했다고만 되풀이하는 등 미리 입을 맞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평가했다.
천안함 생존자 기자회견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함정 침몰 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인터뷰 내내 군을 두둔하는 답변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민수(34)씨는 "차라리 병석에서 (인터뷰)하지. 군인들을 힘들게 일렬로 앉혀 놓았으면 영양가 있는 답변이 오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군에서는 실종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이미 보안 교육 다 받고 서로 입 맞추기식 시나리오가 짜인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기자회견은 무용지물"이라는 댓글이 홍수를 이뤘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음모론으로까지 비화되며 유언비어를 부추기고 있다. 침몰원인을 두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북한 인간 어뢰설이 등장하는가 하면 6·2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부의 자작극,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독도에 대해 당분간 조용히 있어 달라고 요구했다는 독도 발언 잠재우기용 등 각종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과 시민들은 천안함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기자회견 직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실종자 생환을 염원하는 글이 쇄도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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