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선조들의 전통가마 방식 이러가렵니다

경산시 '진곡도예' 황승욱씨

방금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들고 있는 황승욱씨.
방금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들고 있는 황승욱씨.

대구 근교에서 전통 장작 가마를 이용해 고집스럽게 옛 선조들의 장인 정신을 이어 가려는 젊은 도예가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산시 갑제동 경산과학고등학교 뒤편에서 '진곡도예'를 운영하는 도예가 황승욱(39)씨가 바로 그 주인공.

경산 시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공방 입구에 들어서면 '경산 시내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도심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제 막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두 그루의 늙은 산수유나무, 경산조폐창으로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오솔길은 야트막한 야산들과 어우러져 마치 강원도 어느 산골에 온 기분이다.

공방에 들어서자 40년 전에 조성되었다는 청자굴, 흙을 반죽할 때 사용하던 재토실 안의 연자방아 등이 아직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이곳 청자굴은 대구 근교에서는 가장 오래된 전통 장작 가마라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1㎞밖에 떨어지지 않은 경산시 점촌리 일대가 예로부터 전통 옹기굴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이곳에 들어온 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그가 이곳으로 온 것은 바로 선조들의 전통 기법을 이어 갈 수 있는 장작 가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취미 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젊음과 혼을 묻을 각오로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오래된 시설이라 불편한 점도 많지만 가능하면 옛 선조들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식 가마는 정해진 온도에 따라 예측 가능한 작품을 다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지만 전통 장작 가마는 언제든지 예측 불가능한 작품이 연출되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황씨는 말한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해 혼을 얼마나 불어넣느냐에 따라 훌륭한 작품도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씨는 여러 작품 공모전에서 크고 작은 상들을 받아 이미 두각을 드러내 왔고 10여 차례 개인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전통 도자기를 배우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전통 도자기 공방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그동안 빚어 온 생활 도자기와 작품 도자기들을 모아 이달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봉산동 소나무 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문의 010-6460-9812.

글·사진 이명준 시민기자 lmj3363@hanmail.net

도움: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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