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천안함 장병들의 꽃다운 죽음

선묵혜자
선묵혜자

지난달 말, 백령도 근해(近海)에서 뜻하지 않은 엄청난 사고로 인해 46명의 꽃다운 병사들이 실종됐다. 기뢰인지 어뢰인지 아직 사고의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한 UDT 준사관이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오십세 살의 적지 않은 나이로 그 힘든 일을 자청한 그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은 오늘날 많은 이들의 귀감(龜鑑)이 되고도 남는다. 참으로 고귀한 그의 죽음에 나는 조용히 법당으로 가서 그와 병사들의 왕생극락을 빌었다.

'길은 사람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있고 그러므로 그 길은 영원하다. 완성이란 없다. 완성이란 죽음뿐이다. 그 죽음도 다만 탈바꿈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은사이신 한국 현대불교의 고승이셨던 청담 스님께서 남기신 유명한 길에 대한 어록(語錄)이다. 스님은 인간의 일생을 '길'에 비유했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한갓 저 하늘의 구름에 지나지 않으며 저 산등성이에 난 오솔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병사들과 한주호 준위의 고귀한 죽음을 보고 새삼 '인간의 길'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죽음과 생을 둘이 아닌 하나'로 본다. 그러므로 죽음은 곧 생이며 생은 곧 죽음인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한 번은 죽는다. 그런데 어떻게 죽느냐는 문제는 언제나 하나의 숙제다. 한 준위는 이 세상에 없으나 영원히 살아 있는 삶을 택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깊은 슬픔과 감동을 던져 준다. 최근 법정 스님의 죽음과 한 준위의 죽음을 두고 다시 한 번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서거 100주년이다. 수류탄 투척훈련 중 부하 사병이 실수하여 수류탄이 중대원 한가운데로 떨어지자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수많은 부하의 생명을 구하고 산화하였던 강재구 소령, 베트남 전쟁에서 적군이 던진 수류탄을 몸을 던져 막아내 병사들을 구한 이인호 소령,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위대한 한 사람의 희생 정신을 눈으로 목격했다. 국가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후배와 이 나라를 위해 장중한 희생을 감수했던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또한 가는 곳도 모른다. 다만, 청담 스님의 말씀처럼 인생이란 태어나 길을 떠나고 길의 종점에서 끝을 맺는 것과 같다. 때로는 그 길 속에서 풍우(風雨)를 만나고 때론 아름다운 서녘 노을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누구나 '외로운 발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한 준위는 그를 추모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비록, 슬픔이 앞을 가릴지라도 그의 가족들에게 자그마한 위안이 되기를 간곡히 빈다.

도선사 주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