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양해진 車 할부금융…알고 빌리면 싸게 탄다

연간 10조원 이상 규모인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두고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할부금융사 외에도 카드사와 은행들까지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할부금융사 간 금리 비교가 쉽지 않고,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 등이 여전한 점은 문제로 꼽히고 있다.

◆치열한 유치 경쟁

은행들은 낮은 금리와 부대 비용 면제 등을 내세우며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한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산인 자동차 할부금융을 공략하고 나선 것.

우리은행은 이달 중 자동차 할부금융상품인 '우리V오토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카드 고객일 경우 취급수수료와 근저당 설정비 등을 받지 않고 최대 5년간 연 6~7%대에 돈을 빌려준다. 이용금액의 1%는 캐시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마이카 대출'을 판매 중이다. 할부 취급수수료나 근저당설정비 없이 최장 5년까지 연 6.24~6.64%대로 빌려주는 점이 특징. 출시된 지 두달도 되지 않아 216건에 34억3천만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시장 확보를 위한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취급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캐시백 서비스가 특징이다. 신한카드는 삼성화재와 에르고 다이렉트자동차보험과 제휴를 맺고 보험 가입 고객에 한해 36개월 할부와 5.50%의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특히 3∼12개월 내 단기 자동차할부 고객에게는 '제로금리'가 적용된다. 삼성카드는 '스마트오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 구매 시 별도의 체크카드를 발급해 대금을 결제하면 이용금액의 1%를 돌려준다. 또 이달 말까지 행사차종을 구입할 경우 0.5%를 추가로 캐시백해 준다. 롯데카드는 '오토할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필요한 만큼 임시로 한도를 높이는 서비스로 취급수수료와 근저당설정료,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앴다. 최고 5천만원, 최장 36개월까지 분할납부할 수 있다. 캐피탈업계도 반격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인기차종에 무이자·저금리 할부를 확대했다. 아반떼는 24개월 할부 시 1천200만원까지, 30개월 할부 시 1천만원까지 무이자 혜택을 준다. 또 주력판매 차종에 대해 5.0%의 저금리를 적용하고, 기아차의 스포티지(구형)와 로체에는 3% 금리로 할부해준다.

◆자동차 할부 뭐가 좋을까

자동차 할부 금융은 꼼꼼히 따질수록 돈을 아낄 수 있다. 은행은 금리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캐피탈사나 카드사에 비해 1% 포인트 안팎으로 이자가 낮고 근저당 설정 수수료나 취급수수료가 없다. 기존 신용대출 여부와 관계없이 신용등급 등에 따라 최고 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최장 60개월까지 장기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 한해 가능하고 신용등급도 5등급 내에 들어야 한다. 또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카드사의 경우 할부금리는 연 8.5~9% 수준으로 다소 비싸지만 취급수수료나 근저당 설정료 등 수수료 부담이 없다.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어 목돈이 생기면 바로 상환할 수도 있다. 카드포인트나 캐시백 등 부가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제 금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대출기간이 최장 36개월로 짧은데다 일정 기준 이상의 신용도를 쌓은 카드사 고객만 이용이 가능하다.

캐피탈을 이용할 경우 금리와 수수료를 고려한 비용은 은행이나 카드사에 비해 비싸다. 연 8%대 이자에 할부금액의 4~5%가 수수료로 추가돼 평균 금리는 12%가 넘는다. 그러나 매달 주력 차종에 대해서는 저금리·무이자 할부 혜택이 있고, 할부기간이 72개월로 가장 길다. 또 신용등급이 낮아도 이용할 수 있으며 원금 상환 방식도 정액상환, 원금유예상환, 거치 후 상환 등 다양하다.

◆자동차 할부의 함정

자동차 할부금리가 비싼 이유 중의 하나는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은 신차의 경우 영업사원들에게 유치 고객의 할부금액 중 0.8~1%를 리베이트로 주고 있다. 평균 할부금리가 25.5%로 신차 금리보다 두 배나 높은 중고차의 경우 캐피탈사들은 중고차 매매상에게 평균 7% 정도의 중개수수료를 제공하는 게 관행으로 알려졌다.

캐피탈사에서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할부금 상환 방식에도 함정이 있다. 캐피탈사의 할부금 상환방식 중 일반적인 '매월정액상환'은 매달 같은 금액을 내는 대신, 초기에는 이자 부담이 높고, 갈수록 원금의 비중이 높아지는 '원리금균등분할' 방식이다. 이는 매달 같은 액수의 원금을 갚는 '원금균등분할'에 비해 이자 부담이 커진다. 가령 차량 구입을 위해 2천만원을 연 8.75%에 36개월 할부로 빌렸을 경우 원금균등분할 방식에 따른 총 이자부담은 269만원이지만 원리금균등분할 방식으로 갚으면 이자부담은 10만원 이상 많은 281만원이 된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까지 '맞춤형 금리비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이용자가 주요 요소를 입력하면 회사별 취급 조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여개 캐피털사의 할부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게 되면 캐피털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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