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게임의 룰

투우는 목숨을 건 극한의 경기다. 돌진하는 황소를 쓰러뜨리는 투우사의 예리한 칼날은 관중을 열광시킨다. 그러나 투우는 애초부터 사람이 이기게 짜여진 게임이다. 투우로 지목된 소는 송아지 때부터 붉은 천을 공격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운동신경이 난자당해 방향감각을 잃은 투우는 투우사가 아니라 붉은 천을 향해 돌진하고 투우사는 여유만만하다. 투우사의 칼이 황소를 쓰러뜨리면 군중은 환호한다. 투우경기는 결국 소에게는 죽음, 사람에게는 돈과 명예를 안겨주도록 예정된 불공정 게임인 것이다.

스포츠 게임에서 끊이지 않는 불공정 시비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집단 난투극을 불러오기도 한다. 얼마 전 어느 대학 축구 감독은 라이벌 대학과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심판을 매수했다가 들통나기도 했고 올림픽에서도 판정 시비는 곧잘 일어난다. 오늘 아침에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2관왕에 오른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불출전이 코치의 강압 때문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대표 선발전에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불공정 시비는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끼어들기와 새치기도 여전하고 학교 비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빽'이나 유전무죄 따위의 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얽히고 설킨 사람살이에서 불공정 시비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공정한 룰을 만들고 지켜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막바지다. 여야 정당들은 저마다 최선의 후보를 내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공정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의원과의 관계가 좌우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어느 중소도시의 시장 후보 선정 작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치자금 문제로 형을 받았던 인사의 공천 신청을 두고 상대 후보들이 정당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반발한다.

한나라당은 전과가 말소된 사람에게까지 공천 신청을 막는 것은 공무담임권의 지나친 제한으로 위헌소지가 있다며 사면 복권된 이의 공천 신청을 허용키로 당규를 완화했다. 한 번의 잘못으로 인생 전체를 옭아맬 수 없다는 취지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입만 열면 개혁과 도덕성을 강조해 온 터에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불공정 시비는 게임의 흥미를 잃게 한다. 흥미를 잃은 관중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