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탁수사 의혹, 부적절 처신" 이한성 의원 발언파문 확산

인터넷 등 비판여론 쇄도…地選 앞두고 민심 향배 주목

이한성 국회의원(문경·예천)이 신현국 문경시장 측근 송모씨와 나눈 부적절한 전화통화 내용(본지 9일자 1, 5면 보도)이 지역에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경찰의 신 시장과 가족, 측근에 대한 최근의 강도 높은 수사가 검사장을 지낸 이 의원의 청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청탁수사 의혹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신 시장 수사와 별도로 검·경이 문경시 발주공사 등과 관련해 10여명의 시청 공무원과 업자들을 줄소환 조사하고 있는 것도 신 시장을 겨냥한 것이어서 파문의 크기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문경운영위원회 등 이한성 의원 측은 9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등을 논의했다. 이 의원 측은 이날"이 의원의 통화 내용은 피의자 신분인 송씨가 잠적한다든지 사실을 다르게 진술했다 나중에 혐의가 밝혀지게 되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으로 사주나 청탁수사는 말도 되지 않는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송씨와 송씨 가족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요청해 놓고 의도적으로 녹음을 한 것 역시 음모가 아니냐"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녹취록에는 분명 국회의원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과 경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공개됐는데,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이 의원 비난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6시쯤에는 이 의원의 통화 내용에 흥분한 신현국 시장 지지자 100여명이 이한성 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사전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집회신고를 해야 한다고 이들을 설득했고 사무실 문마저 잠겨 항의방문은 무산됐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지역의 두 정치파벌의 양대 축인 이한성 의원과 신현국 시장 간의 개인적인 갈등을 뛰어넘어 각자 정치적 생명을 걸고 더욱 위험한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역시민단체는"신현국 시장이 측근 관리를 잘못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지만 이한성 의원이 자신의 선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권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며"전형적인 구시대의 정치 행태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의 녹취록 공개로 1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지역 양대 정치세력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며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경북도당 공천심사위는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심위는 일단 문경시장 공천을 최대한 늦추기로 결정했지만 공천 마감까지 남은 기간이 10여일에 불과하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감한 표정이다. 김태환 경북도당 공심위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고 지역의 한 의원은 "검사 출신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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