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신동에서 태어나 서구 원대동에서 자랐으며 수창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올라가 탤런트가 된 사나이.' 바로 박상원이다. 국민배우 안성기처럼 대구 출신이라는 게 잘 와닿지 않았지만 박상원 역시 고향 정서는 갖고 있었다. 믿음직한 경상도 사나이 기질은 몸속에 흐르고 있었던 것. 5남 2녀의 막내 박상원의 가족은 다 대구 출신이고 나름 잘나간다. 형들은 경북고·대구고, 누나들은 경북여고 등 대구 명문고를 졸업했다. 큰형은 공인회계사이고 넷째 형은 변호사다. 하지만 박상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형들이 잘나간다고 해도 박상원이라는 이름에 묻혀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산답니다. 공인회계사, 변호사라도 '박상원 형'으로 더 잘 통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유명인이란 이런 건가 봅니다." 박상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마저 '수창초교 출신 중 자랑할 만한 인물은 박상원'이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어~, 은근히 자기 자랑이 좀 심한 거 아닙니까"라며 주제를 고향 얘기에서 다른 곳으로 돌렸다. 7일부터 10일까지 대구에서 연극 '레인맨'을 공연한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내 생애 첫 장애 연기·일일극 도전
박상원을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연기자 대기실에서 처음 대했을 때 인상은 '이렇게 평범할 수가. 그런데 이렇게 편안한 호감형의 얼굴이 또 있을 수 있나'였다. 올해 만 51세, 30년 경력의 연기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마인드와 안티 에이징(Anti-aging·나이 드는 것을 거부하는) 몸매와 얼굴을 갖고 있었다.
편안하고 반듯한 이미지 때문인지 지난 25년 동안 맡았던 역할은 장애인이나 바보, 살인마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번 '레인맨'(Rain Man)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역할로 첫 장애 연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열연했던 역이다. "제 나름대로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자 그동안 쌓인 모범생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대사 분량이 엄청나 외우고 또 외우고, 완벽한 자폐증 환자로 변신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론 더 몰입해 연기했고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신중한 편인 박상원에게 이번 연극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연기 경력에 비하면 작품 수도 많지 않은 그다. 일년에 한편 정도. 그 중에는 언제 방송됐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도 있다. 처음 주인공을 맡은 작품인 '강'은 1986년 9월 19일. 그리고 그를 스타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주옥같은 작품들에 대해서도 기억이 또렷했다.
박상원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이렇다. '연속극이 아니면서 준비기간이 좀 길고, 출연진 간 팀워크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 그는 '레인맨' 공연이 끝나면 일일드라마에도 처음 도전한다.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의 후속으로 다음달 첫 방송되는 '황금물고기'에서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해 30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20대 여주인공과 함께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박상원
박상원은 여행과 사진 마니아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어촌 출신의 반듯한 큰아들 동규 역할을 맡았던 박상원은 배경이 됐던 경북 영덕 강구항에 대한 느낌도 남달랐다. 사진 촬영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영덕은 호젓하게 와서 혼자 이곳저곳 다니며 즐겨야 아름다운 풍경이 들어오지 촬영차 가서는 일밖에 생각이 안 난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가끔 촬영하다 짬이 나면 바닷가에 차를 세워둔 채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며 "당시 극중 동규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들던 시절, 어려서부터 큰형의 뒷바라지로 공부했던 상황 등 내 삶과 비슷했기 때문에 예전 형의 심정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박상원은 제법 실력 있고 경력 있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누나에게 선물 받은 사진기를 비롯해 카메라만 40대 넘게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더 천직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한때 사진학과에 진학할 꿈까지 꾼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첫번째 개인사진전인 '모놀로그'(A Monologue)를 열기도 했다.
그는 "전시회에 걸린 사진 44점을 다 합쳐도 찍은 시간은 1초가 안 될 것"이라며 "1초도 안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사진인데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많이 놓쳤을까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박상원은 이 사진전을 통해 거둔 수익금 1억5천만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함께 공연하는 남경읍·경주 형제, 원기준에 대해
이번 대구공연에서 목요일 저녁과 금·토요일 오후·저녁 등 5차례에 걸쳐 무대에 오르는 그는 함께 연기하는 남경읍·경주 형제와 후배 원기준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함께 '박앤남(Park And Nam) 제작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남경읍에 대해선 "다소 거친 맛이 있지만 그 속에 의외의 귀여움도 있다"고 했으며, 남경주에 대해서는 "연기에 물이 올라 원숙미가 느껴지며 무대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후배 연기자인 원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연기가 신선하며 생동감이 넘쳐 좋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고향인 대구에서 4일 동안 머물며 5회에 걸쳐 무대에 오르는데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봉산문화회관을 찾아 연극을 보고 따뜻한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레인맨'에 대한 홍보를 잊지 않았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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